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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Sep 16. 2023

나를 둘러싼 검은 감정들

최근 ‘검은 감정’이란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70가지의 검은 감정들에 대해 설명한다. 특히 토끼 캐릭터를 통해 각 검은 감정을 설명하는 그림들은 다크 하지만 아름다웠다.


자연스레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나를 둘러싼 주된 검은 감정들은 무엇인지 골라보게 된다.


자기 방어

상처

걱정

예민함

감정 기복

슬픔

외로움

우울

고립감

내적 절망

비관

부정


고르고 나니 상당히 많아 놀라게 된다. 특히 나에겐 우울로부터 찾아오는 검은 감정들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감정들을 당장 없애려고 노력할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현재 어떠한 감정으로 둘러 싸여있는지 객관화해 보는 것만으로도 얻은 것이 있었다.


문득 생각해 보았다.


자폐를 가진 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 약 10년 전쯤의 나는 행복했을까? 아님 어떤 검은 감정들로 채워져 있었을까?


당시 나는 박사 과정을 하는 유학생으로 결혼한 아내와는 떨어져서 지내고 있었다.

무려 5년을 말이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막막한 박사 생활,

타지에서의 고립감,

아내와의 장거리 관계는

나에게 검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인들이었다.

그 당시 쓴 글들을 보니 다음과 같은 검은 감정들을 고를 수 있었다.


불안

울적함

실망

고갈된 자존감

걱정

막막함

슬픔

쓸쓸함

외로움


현재의 나보다는 검은 감정의 개수가 적어졌지만 이때도 분명 검은 감정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또 다른 질문을 던지게 된다.


만약 지금 나의 첫 아이가 자폐가 아니라 정상이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이유로 검은 감정들에 휩싸였을까?

검은 감정의 개수는 줄어들었겠지만 그랬을 것 같다.


아마도 나는 평생 검은 감정들에서 자유롭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인생은 고행 이란 말이 절로 끄덕여진다.


하지만 검은 감정이 있기에 친구와 가족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그리고 나 역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위로와 공감이라는 감정은

 인간다움이란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을 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어둠이 있어야 작은 촛불의 따뜻함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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