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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Sep 21. 2023

아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자폐를 가진 우리 아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을까?


하루하루 아이를 보는 나와 아내로서는 아이의 변화에 무감각해지기 마련이다. 설령 아이가 좋아졌다 하더라도 현실은 아직 힘들고 고달프기 때문에 아이가 나아졌단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있다.


하지만 비교해 보고 싶었다.

올해 초의 아이의 모습과 말이다.


올해 초 아이를 스쿨버스에 태울 때면 아이를 업고 가야 했다. 아니면 길바닥에 누워 버리거나 학교에 가지 않으려 저항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여전히 아이를 업고 스쿨버스에 태운다. 하지만 좌석에 앉았을 때 예전보다 아이는 담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난 예전보다 아이를 두고 버스에서 내릴 때 안심이 된다.


올해 초 아이의 하교 시간에 데리러 가면 아이는 나에게까지 걸어오는 자체가 힘든 경우가 많았다. 두 눈을 가리거나 주저앉으려고 하는 등 아이를 부축해서 오는 사람들은 힘이 들어 보였다. 두 명이 함께 아이를 잡고 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아이는 예전보다 평온하고 차분하게 손을 잡고 걸어 나온다. 눈도 가리지 않는 편이며 무엇보다 한 사람만 부축해서 걸어나오는 일이 많다.


올해 초 아이의 하교 후 책가방을 열어보면 아이의 하루 일과표에서 아이의 감정상태가 보통이거나 안 좋은 쪽이 많았다. 선생님의 머리를 잡아당긴다는 노트도 종종 있었다.

지금 아이의 하루 일과표를 보면 긍정적인 감정상태가 예전보다 많아졌다. 특히 새롭게 시작한 음악 시간을 좋아한다고 한다.


올해 초 아이는 화장실에 스스로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의 화장실 타이밍을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경우 바지에 실수를 해 버리는 적이 많았다.

지금 아이는 대부분 화장실에 가고 싶음을 우리에게 표현한다. 여전히 우리의 감독은 필요로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적어 놓으니 힘이 난다. 물론 아직 좋아지지 않은 행동들도 매우 많다. 지난번 의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아이는 조금 더 성숙해진 걸까? 그 말을 들은 후로 자꾸 그렇게 아이를 보게 된다.


힘든 하루지만, 막막한 길이지만, 그래도 한 발짝만이라도 우리는 앞으로 전진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는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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