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 2년 정도 된 거 같다.
처음 내가 우울증을 앓고 있고, 병원을 찾아야겠단 자각이 든 것은 2년 전쯤이었다.
그전에 난 한 번도 정신과 의사를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스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의 자폐 증상과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당시 나는 쉽게 예민해지고 감정의 변화가 심해졌다. 급기야는 고성을 지르며 화를 내거나 벽과 창문을 주먹으로 치는 행동까지 시작되었다. 이런 내 모습에 나 조차도 놀랐다. 무언가 내가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음을 느꼈다.
일 하러 가는 차 안에서 음악을 듣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눈물이 흘렀다. 집에서 일터까지는 오십 분가량 운전을 해야 하는데 일터에 다다러서야 간신히 울음을 멈췄다. 이때 내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의사를 찾았다.
병원에서 우울증과 관련된 설문 문항을 작성하게 되면서 더 나의 상태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신과 의사는 나의 증상과 상태에 대해 쿨하게 대응했고 우울증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은 한 달 치를 처음에 받았다. 이주 후 다시 미팅을 가지고, 한 달 치의 약을 다시 복용받고 그 후엔 한 달 후 미팅을 가졌다.
그 후엔 세 달 치 약을 받고 또 정기적으로 의사를 만났다. 내가 약을 평생 먹어야 하는 거냐는 질문에 의사는 정확히 대답하지 않고 말을 흐렸다. 나는 그 말을 예스로 이해했다.
그 후 3개월 약의 처방. 의사와의 만남이 반복될 무렵. 스스로 약이 없이도 잘 견딜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사와의 다음 미팅을 취소했다. 약이 없이 지내도록 노력하고 감정의 동요가 심할 때만 약을 찾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약을 찾는 횟수는 늘어났다. 결국 처방된 약이 거의 떨어져 갔다.
다시 의사 선생님을 찾았다.
의사는 이번 만남에서 약의 복용량을 늘려보는 게 어떻겠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슬펐다. 나는 나아지고 있지 않았다. 의사의 말에 동의했고 오늘부터 알약 한 알 반의 여정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다이어트에 실패해 요요가 온 것 같은 걸까. 어느 순간 나는 약 없이도 잘 해낼 수가 있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전보다 더 많은 복용량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고 위로가 된 적이 있다. 나 자신이 나약해서, 부정적이어서, 그러한 개인의 문제로 보기보다 특정 나의
뇌가 도움을 더 필요로 할 뿐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기 비관에서 조금 더 멀어질 수 있었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다시 교회를 찾으면서 좋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하지만 교회 밖을 나와 집에 있게 되면 나는 다시 예민하고 성난 사람이 되었다. 결국 이렇게 다시 약의 힘을 빌리게 되었다.
평소보다 많은 약을 복용한 내 마음은 호수처럼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