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집 앞 마트에 잠깐 다녀온 아내는 처음 보는 한국인의 연락처를 받아왔다고 했다.
우리가 미국에서 살고 있긴 하지만 한국인을 보면 연락처를 물어볼 만큼 한국인이 드문 곳에 살진 않는다.
그렇다면 왜였을까?
그 엄마는 자폐 청소년과 함께 있었다.
자폐아이를 가진 아내는 한눈에 그 아이가 특별하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지만 어떻게 예의있게 물어봐야 할지 고민했다.
먼저 장을 보고 마트를 나서는 그분에게 아내가 덥썩 말을 걸자 그분은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아내는 말했다.
“제가 자폐 아이가 있는데요…“
눈이 커진 그분은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 후로 그들은 자폐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의 삶과 정보에 대해 짧은 시간에 많은 대화를 나눴다.
아내가 나에게 얘기했다.
예전에 비슷하게 자폐 아이를 가진 한국인 엄마를 본 적이 있는데 말을 걸지 못한 게 두고두고 후회되었다고.
그렇다.
자폐를 가진 부모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우리들에겐 존재한다.
자폐 아이를 가진 나를 딱하게 여기시는 우리 부모님과 가족들조차도
자폐의 삶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기에
우리는 늘 외롭고 고독하다.
확률적으로 계산하기엔 매우 귀한 이런 순간이 찾아오면 내성적인 나의 아내는 누구보다 용감한 사람이 된다.
이는 아내가 우리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간절히 원하는 지를 나에게 일깨워주었다.
행동보다 확실한 증명은 없었다.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내는 늘 사람들은 본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