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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푼푼 Jan 06. 2024

죽기 전 가장 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묻다

몇 달 전 친한 형한테 한 얘기를 들었다.

그 형 또한 장인어른에게 들은 얘기였고, 장인어른 얘기의 출처는 라디오였다 한다.


죽을 때가 다가온 아빠들에게 가장 돌아가고 싶은 때를 물었더니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자식들이 초등학교 저학년즈음의 때라고 했다 한다.


무언가 머리가 띵 하는 느낌이었다.


형은 형도 나도 지금이 돌아오고 싶을 가장 행복한 때니까 소중히 보내자고 말했다.


형의 얘기에 끄덕이면서도 조금은 씁쓸하고 외로웠다.


우리 가족은 조금 특별하다.

첫 아이가 자폐 중증을 가지고 있다.

하루하루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현재 우리 삶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지도 모르는 최고점이라니. 그렇다니!


충격이었다.


우리 아이는 점점 크고 있다. 크면서 공격성을 보이거나 소리를 지르면 주변 사람들이 점점 두려움을 느끼는 수준에 이르렀다. 더 이상 성난 아이로만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더 많은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아이의 조금 특별한 사춘기, 2차 성징, 그리고 우리의 노화와 죽음. 생각해 보면 막막한 어두운 바다를 보는 것 같다.


형에게 이 말을 들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머리에선 이 내용이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아프고 소중할지 모르는 지금 순간을 더 많이 기록하기로 다짐했다.

많은 사진과 영상을 남겨놓고 싶다.


그동안 내가 써 내려온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난 지금의 삶이 매우 힘들다고 생각했다. 절망과 바닥에 근접해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절이 어쩌면 가장 아프고, 행복하고, 돌아오고 싶을 때일지 모른다.

나는 이를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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