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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은실 Aug 29. 2023

취향을 발견하고 싶다면,

내 취향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집은 천천히 완성되는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집은 천천히 나와 어울리는 공간으로 변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다. 집이 꾸며지고 보금자리로 역할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내심이 필요하고, 내 취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탐색해 보는 것이 좋다.


그런데 취향이라는 것은 한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취향에 민감한, 어찌 말하면 더 섬세하고 예민한 사람은 자취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 초중반에도 이미 확고한 취향을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그 취향은 그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익어가고, 변하기도 할 것이다. 미적 감상을 담당하는 세포를 일깨우는 경험을 많이 해 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일정 수준의 선호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아마 취향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어떻게 꾸며진 공간을 아름답다고 느낄지 잘 모르겠다면 다른 사람의 취향과 사례를 엿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각종 매체가 발달되어 있는 요즈음은 인테리어 레퍼런스로 참고할 수 있는 공간과 자료들이 도처에 넘친다.




카페는 창의적인 인테리어의 각축장이다.


가장 좋은 것은 잘 꾸며진 집을 직접 보는 방법이다. 그렇지만 서로 집을 오가는 지인의 수로는 스스로의 인테리어 취향을 심도 있게 탐색 수 있을 정도의 다양한 참조 데이터를 구축하기 어렵다. 물론 영상 플랫폼에서 여러 사람들의 집들이 영상을 시청해도 되지만, 직접 그 공간 안으로 들어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과는 또 다르다.


그럴 때 가장 쉽게 좋은 인테리어를 체험할 수 있는 법이 있다. 바로 주인의 감성에 따라 정성스럽잘 꾸며진 카페를 찾아가는 것이다. 카페 창업이 붐을 이루면서 하루가 멀다 하고 수많은 카페가 들어서고 없어진다. 경쟁이 붙어서 그런지 카페는 이제 커피 맛으만 승부하지 않는다. 풍경과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인테리어와 가구를 즐길 수 있도록 전문가의 손길로 꾸미기도 하고, 갤러리나 서점의 기능을 같이 하는 곳도 있다.


카페는 창의적인 인테리어의 각축장이다. 요즘엔 정말이지 예쁜 카페가 많다. 축상을 수여받은 곳도 꽤 있다. 앞선 글에서 살폈듯 우리나라의 집은 평면도가 표준화되어 있다. 그 말은 인테리어적으로 훌륭한 집도 물론 다수 있지만, 다양성과 독창성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페는 곳곳마다 평도가 다르고, 입체적인 구성과 입면의 전개도도 다르며, 마당의 유무와 창을 어떻게 냈는지도 다르고, 마감재도 다르다. 보통의 집의 인테리어는 다양성과 창의성 부분에서는 당연히 카페 인테리어를 따라갈 수가 없다. 때문에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좋은 영감 거리가 될 수 있다.


[좌] 커피인터뷰(대전 궁동) / [우] 초량1941(부산 초량동)


왼쪽의 카페에서는 '빛이 잘 드는 계절에 얇은 시폰소재 무늬가 있는 커튼을 내 거실에도 달아볼까.' 하는 영감을 받을 수 있고, 오른쪽의 카페에서는 세면대 뒤에 활용한 간살 창문을 북쪽으로 난 내 집 부엌의 작은 창문에도 가져와 볼 수 있다.


한 가지 단점은 카페에서 줄 수 있는 영감은 주로 거실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카페 자체의 역할이 대중(大衆)을 위한 거실이다. 홈파티, 집들이, 친구와 집에서 기는 수다시간도 지만, 거실이 갖는 한계가 있어서 이것은 공원과 카페를 통해 보완된다. 카페는 좁은 집, 동거인이 있는 집의 거실을 떠나 좀 더 공개적인 거실에서 만남을 갖고자 하는 이들에게 확장된 거실을 제공한다. 카페에서 받은 영감을 거실이 아닌 집 안의 다른 공간에도 물론 적용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어려운 점이 있지 않을까. 집에는 팬트리와 부엌 있고, 화장실도 있고, 드레스룸도 있다. 카페가 거실이라면, 집 전체가 될 수 있는 공간은 무엇이 있을까? 그럴 때는 좀 더 집을 닮은 공간으로 탐험을 떠나보면 된다.




감각적인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이 넘쳐난다.


카페가 거실만으로 이루어진 집이라면, 부엌과 화장실, 침실까지 갖춘 집은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이 된다. 카페 인테리어에서 집 꾸미기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면, 게스트하우스는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준다. 숙박업소에는 새로운 방식으로 주방거실연결하는 동선, 일반적이지 않은 타일을 활용한 화장실, 평소 보지 못했던 가구들, 좀 더 자유로운 벽지의 무늬와 다양한 마감재, 벽장식 등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감각적인 게스트하우스에서 '이 집이 내 집이었으면'이라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좌, 우 모두] 게스트하우스 웻에버(부산 민락동)


요즈음에는 부엌이 답답해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부장을 없애는 추세다. 하지만 상부장을 없애고 나면 가끔씩 수납공간이 아쉬워질 때가 있다. 왼쪽의 사진 속 부엌에서는 반원형으로 절삭된 판재용해서 수납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개방성을 확보했다. 신선한 해결책이다. 오른쪽의 침실은 여러 권의 책들과 짙은 색의 나무 책꽂이가 공간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굉장히 아늑한 느낌을 준다. 독서를 좀 하는 사람이라면 침실과 서재를 한 공간 안에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게 되는 대목이다.


여기서 한 가지 또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펜션이 예뻐 보이는 데에는 장기 투숙에 필수적인 드레스룸과 각종 수납공간이 생략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스트하우스에는 자질구레한 짐들과 거추장스러운 사계절의 옷들, 몇 년을 쓰지 않고 내버려 둔 운동기구가 없다. 이런 부분까지 살펴보려면 결국 다른 사람의 집을 직접 보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카페는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체험이 가능하지만 숙박은 비싸다. 내로라하는 인테리어로 유명한 곳은 1박에 50만 원을 상회하는 곳이 많은데, 1박씩 네 번만 더라도 200만 원이라는 커다란 돈이 든다.




레퍼런스가 될 만한 자료들이 너무 많다.


[좌] Pinterest 앱 화면 / [우] Never too small 영상(2023.7.27.) 중 일부


대량의 사진자료에 접근해서 나만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보는 것도 유용하다. 사진 플랫폼 Pinterest는 거의 무한대의 자료를 갖고 있다. 부엌에서 수납을 어떻게 해결할지 모르겠다면 '부엌 수납 선반'이라는 키워드로 아이디어를 찾아볼 수 있다. Pinterest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실제로 idea를 검색한다는 표현을 쓰고 있으며, 사진 검색 결과는 단순히 나열된 사진들이 아니라 idea로 쓰일 수 있는 수준의 과를 제공해 준다.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 사진을 하나 선택한 후 그와 비슷한 사진을 추가로 검색할 수도 있으며, 검색한 사진은 Pin으로 고정하여 추후 언제든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채널인 The Modern House, Never too small은 각각 영국 기반, 글로벌 기반으로 인테리어 사례를 소개하는데, 영감이 될 만한 것들이 꽤 많다. 특히 Never too small은 작은 집에 효율적인 인테리어와 우리나라와 비슷한 사이즈의 집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Instagram과 오늘의 집도 참고할 레퍼런스가 많은 방대한 플랫폼이다. 다만, 그야말로 '취향 없이 급하게 완성한 집'에 해당되는 케이스도  있는 관계로, 좀 더 집주인의 색깔과 생각, 취향들이 녹아 있는 집을 잘 찾아보는 편이 좋다.


인테리어 잡지를 읽는 것도 좋지만, 전문 잡지에 소개된 집과 같이 꾸미기 위해서는 대공사가 필요하거나 쉽사리 따라 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 적용이 어려울 수도 있다. AD(Architectural Digest)는 글로벌 기반의 오늘의 집과도 같은데, 인테리어 잡지와 부동산 거래, 인테리어 시공업자 연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AD 역시 자료가 방대한데,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아름다운 것들로 나를 즐겁게 한다 생각하고 AD의 자료와 영상들을 보는 것도 좋다.




인생사 어느 것이야 그렇지 않겠냐만은, 취향의 영역 역시 얼마나 다양한 경험에 노출되느냐에 따라서 그 깊이가 달라진다. 계속해서 레퍼런스를 찾고 내가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례에 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다 보면, 스스로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나는 어떤 취향을 갖고 있는지 차차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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