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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부의 내 집 갖기 여정 (3)

험난했던 세 번째 전셋집으로의 이사

by 소로까

세 번째 전셋집을 구해놓고 청약에 당첨되었다.


전세보증금이 많이 올라 버팀목대출을 추가로 신청해야 했다.

이사가 12월 말이었는데 9월부터 10월, 1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장기 해외출장이 잡혀 있었다. 그래서 출장 나가기 전에 필요한 서류를 미리 제출하기 위해 남편과 같이 은행에 갔다. 담당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만약 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필요한 것이 있으면 남편이 전달만 하면 되도록 준비를 마쳤다.


버팀목대출은 무주택자를 위한 상품인데 내가 분양권자가 되어 버리니 필요한 서류가 더 많아졌다. 하필 내가 나가있을 때 분양 계약금 납부 내역서가 필요했고, 인터넷 환경이 좋지 않은 카메룬에서 주택도시기금 어플에 접속하려고 얼마나 끙끙댔는지 모른다. 그리고 분양사무소에 전화만 하면 해결할 수 있는 건데 남편이 한국어를 못하니 그 몫은 대부분 우리 엄마 일이 되었다.


무사히 필요서류를 갖추고 내가 출장에서 돌아와 마지막으로 은행에 가서 싸인만 하면 대출실행이 되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유행으로 아프리카에서 귀국하는 모든 여행객들은 인천공항에서 따로 마련된 줄로 이동을 하여 단체로 버스를 타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따라가야 했다. PCR 검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아침 음성이 나와야만 집에 갈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나는 양성이 나왔고 또다시 버스를 타고 안산에 있는 격리시설로 옮겨졌다.


대출실행과 이사걱정에 코로나 증상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코로나로 격리되어 직접 은행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은행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남편이 서류를 전달해 주면 내가 사인해서 돌려보내라고 했지만 감염 위험 때문에 시설로 들어온 물건은 되돌아 나갈 수 없었다. 은행 담당직원이 시설 담당자와 직접 통화도 했다. 아무리 내가 설명을 해도 안된다고 했다. 이런 전 세계적 비상상태에서 대안이 없다니.


저희가 사정 다 봐드렸잖아요. 저도 은행에서 월급 받으면서 일해요.


추가대출 5천만 원 때문에 이런 취급을 받다니. 은행 직원의 이 한마디에 포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민원을 접수했다. 내가 안되는 걸 되게 해달라고 억지를 부린 게 아니었다. 팬데믹 상황이니 이를 감안해서 다른 방법이 있으면 알려달라는 거였는데.


은행 민원부서에서 전화가 왔다. 연신 죄송하다고 했다. 이분 잘못이 아닌데. 진상고객이 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리고 대출은 이사 후에도 1개월 이내에 신청하면 실행 가능하다고 했다!! 띠로리. 이 사실을 진작 알았다면 그동안 그렇게 개고생 하지 않았을 텐데. 이걸 왜 은행 직원은 알려주지 않은 걸까.


그리고 이어진 은행 담당 직원의 전화. 말투가 달라졌다. 처음으로 내 건강이 괜찮은지 물었다.




열흘간의 격리 기간 동안 외국인 남편은 나 없이 집 청소를 하고 이사를 했다. 부모님, 특히 엄마가 많이 도와주셨다. 나는 침대에 누워 집주인, 부동산, 관리사무소, 이삿짐센터와 전화통화를 하고 거기에 맞춰 엄마가 왔다 갔다 하셨다. 걱정이 많았지만 이사는 순조롭게 끝났다.


추가로 필요한 5천만 원은 엄마에게 빌려 전세금을 냈고, 한 달 후 대출을 받아 이자까지 쳐서 갚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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