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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부의 내 집 갖기 여정 (5)

이것이 삼재로구나

by 소로까

전세계약은 3월말까지였지만 완공예정일이 8월말이라 부동산 사장님 조언대로 1년 연장으로 생각하고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인분은 계약서를 다시 쓰러 오시기가 어려우셨는지 묵시적갱신을 제안하셨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세입자인 나에게 유리한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묵시적갱신을 하게 되면 해지 통보 3개월 후에 효력이 발생하고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도 임대인은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아직 입주예정일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5월에 주인분께 전화를 드려 8월말 이후 이사 예정이라고 말씀드렸다. 주인분도 8월에 입주라는걸 기억하고 계셨는지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을 전세로 내놓은 상태라고 하셨다. 우리가 이 집에 들어왔을때 집값과 전세보증금이 최고가를 찍었었다. 그래서 지금 시세로는 우리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상황이라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것 같았다.



당시 나는 한 중견기업의 계열사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었다. 공공사업을 수주해야 매출이 생기는데 제안하는 프로젝트마다 고배를 마셨고 회사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이에 더해 중견기업 전환 유예기간이 끝나 공공사업 참가자격도 더이상 유지하지 못하게 되었다.


본사 배치를 위해 여기 저기 불려다니며 면접같은 면담이 진행되었다. 그동안 해왔던 일과는 다른 업무를 하는 부서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원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이참에 퇴사를 하고 조금 쉬면서 새로운 일을 찾아보고 싶었지만 이사, 정확하게는 대출이라는 복병이 있었다.


내 남편이 보통의 직장을 가진 한국인이었다면 이 시기를 좀 수월하게 지낼 수 있었을까?

내 이름으로, 내 소득으로, 대출이자가 낮은 디딤돌대출을 신청해야 했다. 이것저것 알아보고 찾아보는 것도, 정보를 끼어맞춰 방법을 찾아내는 것도 다 내 몫이었다.


결국 회사는 직원들을 팀별로 다른 계열사로 보직 이동을 시켰다. 나는 해외사업만 해왔다는 이유로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그동안 내 업무 경력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진것 같아 너무 슬프고 비참했다. 본사의 결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미안해하시는 대표님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입주일은 안정해지고, 전세는 안나가고, 회사에서는 내쳐지니 막막했다.

또 하필 그때 대출규제에 관한 뉴스가 나오기 시작했고 대출금리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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