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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by 유혜진

저 할아버지

잘 걸으신다

성큼성큼 나보다 빠르시다


우리 할아버지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우리 할아버지는

무릎 아파

허리 아파

걷는 것이 힘들었다 했는데


꽁꽁 얼어붙은 겨울 땅도

걸어보고

단정한 풀밭도 걸어보고 싶으셨을텐데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우리 할아버지는

손녀딸 손잡고

봄길 걸어보고 싶었을까


무릎 아프고

허리 아파도

둘이 같이

걸어보고 싶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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