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용 시점 태그 소설
배가 아팠다. 오전에 살짝 기미가 보일 때 얼른 진통제를 먹었어야 했다. 시기가 조금 늦어 약을 먹어도 진통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차마 허리를 펴지 못하고 꾸부리고 소파에 누웠다. 핸드폰을 열어 생리 체크 앱을 열어보니 이번 달에도 4일이나 빨리 시작하였다. 24일 만에 생리다.
1년에, 남들보다 생리를 한 번 더 하게 생겼다. 이러다 조기폐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생리가 일찍 사라진다면 편하긴 하겠지만, 아직 한 번도 못써본 장기가 아쉽다. 몸속에 있는 장기는 다 쓰고 죽고 싶은데, 자궁은 매달 생피만 쏟고 있다.
#나이가 들면 뱃속에 윤달이 낀다
예전보다 생리 전 불안, 짜증이 더 많아졌다. 온갖 기분 나쁜 기억들이 활발히 떠올랐다. 그러자 어디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호르몬 분비가 일반적이지 않아 몸이 힘들다는 이야기였다. 일명 수녀병? 에스트로겐 뭔가가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의도치 않게 반수녀 생활 중인 나에게 걸맞은 이야기였다.
#외로운 자궁
결혼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자, 장수하는 것이 겁이 나기 시작했다. 자식이 없으니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형제들만 남을 텐데, 담배 끊기 어려워하는 남동생 장례는 왠지 내가 치러 줘야 할 것 같다. 언니가 있지만, 독거노인으로 살 용기를 줄만큼 같이 살기 쉬운 사람이 아니다.
#언니가 이 글을 안 읽었으면 좋겠다. 이 글은 소설이다. 픽션.
태어나서 지금 이 나이 먹도록 혼자 살아본 적이 없다. 시끄러운 부모님 부부싸움에 조용할 틈이 없다. 만약 외로움에도 전체 질량의 법칙이 있다면 내 말년은 꽤 외로울 것이다. 꼭 이런 법칙이 아니라도 혼자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두렵다. 모든 가족의 장례를 치르고 나만 남으면,.. 그러면 내 장례는 누가 치러 주려나.
#상실될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