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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요 Oct 29. 2020

<오봉골 인스타> #5. 결혼 I

1인용 시점 태그 소설






 사촌동생의 청첩장이 왔다. 칠 남매 첫째인 엄마의 네 번째 동생 딸 결혼식이다. 엄마는 언제나 이런 경조사가 생기면 같이 가자고 권한다. 당연히 가기 싫다. 부가티보다 빠르게 거절한다.   

 결혼을 안 한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을 사고 차를 사고, 그렇게 사는 것으로 알았다. 이것은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잠자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당연히 대학 가고 취직하고 돈 버는 것처럼, 해 뜨면 일어나고 해지면 자는 것과 같았다. 

#뇌까지 가지 않고 연수까지 #무조건적인 반사 반응. #본능 같은 미래.



 물론 멋지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TV에서, 영화에서, 글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선망하긴 했지만, 나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소심한 내가 쉬이 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자발적 비혼은 로맨틱 코미디였다. 그런 건 현실에 없었다. 결혼을 안 한다는 것은 가족이 없다는 것. 나이 들어 아무도 없다는 것. 두려움이었다.

#자발이 없다     



 어릴 땐 독립이 김구 선생님처럼 절실했다. 그러나 독립엔 돈이 필요했고, 돈은 나보다 집에 더 필요했다. 자취할 여력은 없었다. 월급 채 엄마 통장으로 들어갔다. 매일 야근에, 출퇴근 왕복 4시간 넘게 걸려도, 엄두를 못 냈다. 희생정신이 넘쳐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인정욕이 넘치는 삼 남매 둘째 욕망도 있었다. 유세도 있었던 것이다. 일일 연속극 여주인공 마냥 억척을 떨었다. 손에 돈이 고이지 않아도 충분히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착각해, 그땐 돈이 중요치 않았다. 

#뭣이 중한디    



 그러나 결혼만은 달랐다. 하나를 버리고 하나를 취하는 것쯤으로 대체할 순 없었다. 내 생활에 타격을 주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맞선 프로필 기준도 '가까이 사는 사람'이 우선이었다. 커플매니저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일과 터전이 사라지는 결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할 나이가 되니, 나는 내가 아쉬웠다. 아까웠고 안쓰러웠다.

#두둥 서태웅 가까우니까



출처 슬램덩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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