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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요 Oct 29. 2020

<오봉골 인스타> #6. 결혼 II

1인용 시점 태그 소설






 사랑하면 아까울 게 없다지만 결혼은 별개였다. 나는 내가 귀했다. 그래서 주야 장청 소개팅을 하였다. 한 놈만, 딱 한 놈만 걸리라고 계속 찌를 던졌다. 내 기준에 맞는 한 놈은 걸릴 것이란 생각에, 목금토일 소개팅을 하였다. 맞선 업체에서 소정의 상품을 줄 정도였다. 그러나 나아지는 것은 없었다. 간혹 내 기준과 비슷한 상대가 물 안에 들어와도 그네들 기준엔 내가 맞지 않았다. 부끄러웠다. 제대로 사랑해 본 적 없다는 자책과 추궁만 있을 뿐이었다. 

#하루 데이트라 생각하며



 ‘제때에 지나치지 못했던 생각’들이 ‘빚’이 되어 겹겹이 쌓여 갔다. 나이를 똥구멍으로 먹은 것을 그제야 알게 되었다. 빚잔치를 하기 전에 얼마나 빚졌는지 청구서부터 봐야 했다. 하나하나 계산하여 밀린 빚을 모두 더해보니 이상한 합계가 나왔다. 그 합계엔 내가 왜 그 많은 소개팅을 하고도 결혼을 안 했는지, 아니 왜 못했는지, 추징세 리스트처럼 나열되어 있었다. 소개팅 상대나 나나 같은 목적을 갖고 있었다. 평생 같이 살 상대를 찾겠다는 목적 너머에, 더 은밀한 목적. 참하고 착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을 찾으려는 목표.  

#목표가 같으면 잘 산다던데 이 목표는 평생 평행선     



 연애할 때는 모르지만, 평생 같이 살 사람은 착해야 했다. 소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 사람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글로는 배웠지만, 마음으론 아니었다. 이런 건 소유가 아닌 삶의 지혜쯤으로 포장하고 싶었다. 나 또한 가부장, 즉 권력 부림의 욕구가 있었던 것이다(소개팅 자리에 나온 사람 치고 그런 욕구가 없는 사람이 있었을까). 내가 추레한 사람임을 알게 되었어도 그리 부끄럽진 않았다. 그 정도로 반듯한 인간이 아니다. 그냥 내가 모자라 보일 뿐이었다. 그런 권력 부림도 못할 만큼 능력이 없는 내가 한심했다.

#차카게 살자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 다던데, 소개팅 3년 하면 이런 꾀죄죄한 생각밖에 못하는 것인지. 그럴싸한 자아성찰 따윈 없었다. 내가 원하는 참한 상대란 세상에 없었다. 내가 찾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누구처럼, 마누라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내 첫끼 해줄 마누라 #마누라 #마누라. 



출처 맛있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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