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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요 Oct 29. 2020

<오봉골 인스타> #4. 걱정들 II

1인용 시점 태그 소설






 대학 1년 때는 화장(火葬)을 하겠다는 운동에 서명을 하였다가, 집에 두툼한 서약서가 날아와 부모님이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하여도 납골당이 이렇게 활성화되지 않아서 화장을 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화장이어서 놀라셨던 것인지, 아님 벌써 장례준비를 시작하는 자식이 걱정됐던 건지.

#노발대발 



 다큐멘터리에서 풍장(風葬)을 보았다. 시신을 지상에 노출시켜 자연히 소멸시키는 방법이었다. 땅도 필요 없고(당분간은 필요하지만), 태울 연료도 쓰지 않는 자연 친환경적인 사체 처리 방법이었다. 꽤 그럴듯한 이야기를 듣게 되자 그럴싸해 보였다. 환경오염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뭔가 자연에 해를 안 끼치는 젠틀한 죽음 같아 보였다. 

#죽을 때만이라도 멋지게     



 TV 뉴스에선 코로나와 신천지가 번갈아 등장한다. 전염병보다 외로움이 무서운 것일까. 코로나 때문에 서로 만나지 말라고 해도 목숨 걸고 만나는 것을 보니 참 애뜻(?) 해 보였다. 나도 나이 들면 저런 친밀감 강한 종교에 빠져 살아볼까. 그러면 귀찮을지는 몰라도, 방구석에 죽어 있는 것은 누가 발견해 주지 않을까.  

#무교 #그러나 주변에 있는 미신은 다 믿음 #하늘 보고 땅 보고 퉤 퉤 퉤



 혼자 쓸쓸히 살아가다 방구석에서 명을 다했는데, 서너 달이 지나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다면, 한마디로 고독사(고립사)를 한다면, 이 또한 풍장이다. 자동 풍장. 업체에 맡길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다큐멘터리에 나온 그럴싸한 죽음과 모양새가 다르다. 멋지긴커녕 끔찍하다. 자신의 장례비를 옆에 놓고 자살하신,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의 뉴스가 떠올랐다. 

#세상에서 가장 동정받기 싫은 동정




출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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