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른왕자 Sep 25. 2024

230년전 오늘

과거와의 연결

제 8 화  230년 전 오늘 : 과거와의 연결


한강수의 뇌에는 이미 부인 평지은의 음성으로 전천후 AI가 탑재 되었다. 한강수의 뇌를 잡아당기는 가로수.

가로수 사이로 과거가 빙의된 한강수. 그의  기억을 따라가 보자.




잠시 눈을 감고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한강수. 뇌에 경련이 일어나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중첩되고 있었다.

한강수의 몸에 빙의가 시작되어 과거로 회귀하는 한강수


“서방님 뭐가 보이시나요 ?”

부인 평지은은 소리죽여 나직이 물었다.

“뭐가 들리긴 하는데요...”


평지은은 서방님 한강수의 몸이 곧 빙의가 시작됨을 감지했다. 한강수의 시간 조절 능력은 이미 과거와 연결된 후였고 한강수의 몸에 선조의 영혼이 옮겨 붙는 빙의가 시작되었다. 과거로 회귀하는 한강수. 한강수의 뇌에 과거 기억이 투영되었다.


아픔이여  슬픔이여  그리고 한(恨)이여

 

오늘도 시장골목에는 상인들의 곡소리가 메아리쳤다.

금난전권(禁亂廛權)을 가진 시전상인들은 물건을 싸게 파는 소상인들을 ‘난전(亂廛)’으로 몰아세우며 마녀사냥하듯 소상인들의 상품을 몰수하고 있었다. 이 소상공인의 대다수가 한강수의 몸에 빙의된 선조의 지인들이었다. 어릴때부터 마을에서 함께 자라고 시장통에서 찬밥을 함께 먹고 자란 형제와 같은 친구들. 의협심 강한 한강수 선조는 소상공인 친구들을 옹호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전상인들의 눈에 가시가 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사 사전(금난전권)


“저놈부터 없애야 겠구만”

시전상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가로막는 소상인들을 대변하는 한강수 선조를 없앨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구석진 주막. 호롱불 아래에 모인 음침한 사람들. 뭔가를 적은 문서를 호롱불 밑에 보고 고민 중이었다.


조선시대 문서는 문서에 자신의 손도장을 찍는 수장(手掌)을 사용하였다. 말 그대로 손바닥을 대고 그린 서명이었다. 남자는 왼손을 대고 자신의 손 모양을 그리고 여성은 오른손을 대고 그렸다. 그리고 어음 종이를 반으로 나눴는데 돈의 총액을 쓴 종이를 오른쪽에는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왼쪽에는 돈을 빌리는 사람을 적고 종이를 반반 나누어 종이를 서로 맞추어 보고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돈을 갚았다.


잡배들은 문서 왼쪽에 돈을 빌리는 사람 이름을 위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하루아침에 저 놈이 쪽박을 차게 되겠지”


시전상인들의 어음위조로 졸지에 빚더미에 앉게 된 한강수 선조.

다음날 위조문서를 들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가게로 몰아친 시정 잡배들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한순간에 너무나 큰 금액이라 막을 방법이 없이 꼼짝없이 당하고만 한강수 선조. 더구나 빚을 갚으려면 아이들을 노비로 넘기라는 횡포를 자행하고 있었다.

“이놈들.. 아이들만은 안된다”

한무리의 작당들이 노비문서 초안을 들이대며 아이들을 강제로 손도장을 찍게 하려고 하자 어머니인 평씨 부인이 앞을 가로 막았다.


“아이들한텐 손끝 하나 대지 마라”


“차라리 날 죽여라 ”

아이들은 울면서 평씨부인에게 매달렸다. 몽둥이를 들고있는 시정잡배들은 씨 부인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한강수 선조가 막아 섰지만 10여명의 남자들을 막아낼 순 없었다. 평씨부인은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자신의 품에 아이들을 넣었다. 몽둥이가 평씨부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 충격파가 평씨부인의 발끝까지 전율시켰다. 몽둥이에 성이 안찬 잡배들은 평씨부인의 머리채를 잡고 바닥에 내리깔며 발로 밟기까지 했다. 평씨부인 입에서 피가 토해져 나왔다.


“에이 질긴 X ”

시정잡배들은 끝까지 저항하는 평씨부인에게 호되게 매질하며 침을 뱉고 가버렸다. 끝내 자식 노비 문서에 어린 자녀들의 손도장을 못 찍게 하고 피를 토하며 자신의 손으로 노비문서를 찢어 발기며 입에 물고 삼키는 평씨부인. 그리고 나서 바로 자리에서 꼬꾸라졌다.


한강수 선조는 있는 힘을 다해 평씨 부인을 등에 엎었다. 자녀들은 주변의 도움으로 피신하게 했고

자신은 부인을 등에 엎고 의원으로 걸음을 옮겼다. 벌써 해가 진 후라 거리엔 사람들이 적었다.

“ 내가 죽고 난 후 이 모진 고통을 우리 아이들이 기억 할 수 있으려나 “


피가 흥건하여 평씨 부인의 발끝 버선까지 이미 피가 흥건히 내려오고 있었다.


한강수 선조는 힘겨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 쏟아지는 별빛아래 한순간의 모함으로 풍비박산이 난 가족들. 모진 매질에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인을 등에 엎고 힘든 발걸음을 재촉하는 한강수 선조.

다행히 주위에 서 있는 나무 한그루가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나무아래 한을 간직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둔 평씨부인. 얼굴도 모르고 10살에 시집와서 고된 시집살이 였지만 불평 한 번 없이 견뎌낸 여인. 부족한 삶이었지만 남편을 하늘같이 여겼고 두 아이들을 위해 낮에는 삯바느질. 저녁엔 다듬이질을 하며 온갖 고생을 한 조선시대 여인의 자화상(自畫像).


상업이 발달해 농사지을 때보다 수입이 늘어 배고픔을 면하자 이제 허리를 펴고 살아도 될 시기가 되었어도 부엌에 쌀 좀도리를 하여 배고픈 동네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항상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밴 평씨부인.


그녀는  230년전 나무 밑에서 한(恨) 맺힌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230 같우 나무아래 선조의 후손인 한강수가 앉아 있었고 빙의가 된 한강수는 설움에 북받쳐 울컥 눈물이 나왔다. 한강수는 낯선 거리 한 복판 나무 아래에서 알 수도 없는 감정에 북받쳐 대성통곡을 터뜨렸다.


아주 오래전 눈물이 부족했던 그날 하염없이 흘렸을 눈물이 나온 까닭이리라. 과거의 한(恨)은 과거와 연결되어 한강수의 기억으로 흐르고 있었다.  


과거의 아픔이여  통곡할 한(恨)으로 이어진

현재의 슬픔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