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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제 Jun 23. 2024

[프롤로그] 서른셋, 퇴사를 질러버렸다

5월 24일 마지막 출근

네 번째 퇴사를 질러버렸다. 근속 2년을 두 달 남긴 시점이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더 이상 성장하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이 가장 컸다. 입사 초 의욕적으로 진행했던 브랜딩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디자이너에서 콘텐츠 매니저로, 지금은 광고 매니저이자 홈페이지 프로젝트 PM으로 업무는 계속해서 변경되고 있었다.


처음의 적극성은 잃어버리고, 이전 회사에서 느꼈던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었다.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기보다는 맡은 업무만 쳐내고 퇴근 후의 삶이 더 중요한, 벗어나고 싶던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버렸다.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자리를 제안받은 건 그때였다. 회사 생활 마지막 기회다 싶어 팀장에게 퇴사를 고했다.


생각보다 퇴사 절차는 빠르게 진행됐다. 퇴사 면담을 하고 퇴사일을 정하면 끝이었다. 정말 쿨한 이별이 적잖이 서운했다. 내가 나가길 바랐나? 홧김에 가지고 있는 마일리지를 털어 급하게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언제 또 이렇게 길게 쉬게 될지 몰라 3주간의 유럽 여행을 계획했다.


런던으로 들어가 로마로 나오는 티켓, 코로나 이후 6년 만에 떠나는 유럽여행이었다. 마지막 일주일은 돌아오는 비행기 티켓 빼고는 아무 계획도 없는 완전 즉흥적인 여행. 회사 생활에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한 힐링 여행을 다녀올 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참 호기로웠는데 말이지.


퇴사지르고 유럽 여행,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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