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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Feb 21. 2024

봄을 낭비합시다

이대흠「다정에 감염되다」(『코끼리가 쏟아진다』창비)

당신의 다정이 싹틀 때가 오면 풀잎들처럼 나란히 앉아 봄을 낭비합시다


 내 주위엔 다정한 사람이 많다. 다행이다. 다정한 사람은 움직이는 사람이다. 혼자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움직이는 사람이다. 권력도 사람을 움직이지만, 권력의 위에 있는 것이 다정이다. 다정한 사람은 미안하게 만든다. 그냥 내 대신 일하는 그 사람에게 남모르게 미안함을 느끼고, 그 사람을 한번 더 마음속에 새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환대의 경험이지 않을까 싶다. 신기하게도 다들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데, 사소한 환대조차 우리 사회에서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청년 실업과 출생률, 고독. 이는 환대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간절한 외침인 것 같다.

 다정을 싹 틔우는 게 쉽지 않다. 돈과 권력의 칼바람에 언 땅이 최근 들어 유난히 시리다. 이러한 환경에서 다정의 씨앗이 혐오로 싹트는 꼴을 보고 있자면 안타깝다. 

 다정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낭비이지 싶다. 그냥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것. 돈 안 되는 것들을 찾아 떠나는 것이 필요하다. 봄을 낭비하고, 여름을 낭비하고, 가을, 겨울을 함께 낭비할 사람들을 늘려가는 과정이 다정을 찾아가는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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