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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Mar 07. 2024

연두

'흰 밤에 꿈꾸다' (정희성 시집, 2019)

다시 연두


정희성


연두라는 말 참 좋지

하지만 연두는 변하기 쉬운 색


삶의 갈피갈피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해와 달이 갈마들어


돌이켜보면 지난날

우리도 한때 연두였음을

기억하게 되지


 연두는 여린 색깔이다. 시작하는 색깔이다. 두릅도, 콩나물도, 벚꽃도, 벼도, 여리디 여린 연두로부터 나왔다. 우리의 시작은 이렇듯 여리다.

 학생들을 본다. 학생들의 몸은 부모로부터 났지만, 마음은 사회로부터 났다. 그 마음의 빛깔은 연두다. 한창 보호받을 연두. 뿌리 뻗게 물을 주고, 뽑히지 않게 바람을 막아주고, 말라버리지 않게 적절히 그늘을 드리우는 일이 연두를 돌보는 일.

 어른들은 연두를 보고, 자신의 연두 시절을 한사코 떠올리려 않네. 연두를 보며 열매를 달라고 하네. 연두를 보며 왜 아직도 튼튼한 가지가 없냐고 묻네. 한때 연두였음을 안다면, 우리 연두의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네.

 우리 주위엔 어른들의 이기심으로 뿌리 뽑힌 연두들이 말라가는 모습을 쉬이 볼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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