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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취미 활동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by 김 화밀리아 Mar 10. 2025

플루트 악기를 분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처음에 플루트를 간절하게 불고 싶어서 시작한 것도 아니다. 딸이 중학교 입학했을 때 악기 하나쯤은 다룰 수 있어야 나중에 대학입시에서 유리하다는 말을 듣고 플루트를 틈틈이 6년 정도 배워 익혀 나가면 좋을 것 같아 사준 거다. 그러나 딸은 피아노는 혼자서도 곧잘 치나 플루트 소리 내기가 어렵고 안되니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몇 년간 그대로 새것처럼 방치되어 있었고 누구를 주자니 마땅한 사람도 없고 해서 책상 서랍 속에 그냥 잠자고 있었다. 

어느 날 방 청소하면서 악기를 꺼내보고 불어봤다. 오래전에 리코더 불던 생각이 나서 한 번 불어보니 바람 새나가는 삑 소리가 났다. 그 삑 소리가 플루트와의 인연을 맺게 될 줄이야.  플루트 연주자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어쩜 그렇게 맑고 청아한 소리를 낼 수 있을까 감탄하면서 한동안 감상에 젖곤 했다. 지금 배우기 시작하면 곡이나 제대로 불 수 있을까,  늙어가면서 어린아이 같은 수준에서 시작할 수나 있을까?  한동한 머뭇거리다가 시작이 반이다라는 생각으로 덤볐다. 나의 성격이 일단 시작하면 고집이 있어 끝까지 간다라는 각오로 달렸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주 1회 40분짜리 플루트 강좌가 있어 등록하여 퇴근 후에 열심히 다녔다. 주말엔 가족들의 불평소리를  들어가며 삑삑 소리 내면서 연습도 했다. 기본 음계 배우고 쉬운 동요를 부르고 점점 귀에 익숙한 가곡도 부르면서 신나게 배웠다.  새로운 것의 배움이 또 좋았다. 처음부터 시작하며 하나씩 익혀간다는 매력에 설렘으로 열심히 하였다. 서서히 향상되어 나간다는 것이 체감할 정도로 플루트 연주에 폭 빠져서 생활했다. 

난 이런 기분이 좋다. 나아지는 것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배움의 자극이다. 문화센터에서 강사를 잘 만났다. 많은 인원임에도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소리를 들려주면서 쉬운 것부터 자세하게 반복적으로 지도함이 너무나 맘에 들어서 거의 6개월 정도 다니니 별도로 앙상블에 들어가 전문지도를 받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받았다. 그때 들어간 인원이 나를 포함하여 4명이었다. 이 앙상블 팀에 들어가 활동하게 된 것이 나의 플루트와의 인연을 확실하게 다져준 것 같았다. 주 1회 슬렁슬렁 여유 있게 연습하는 것이 주 2회로 늘었고 기존의 앙상블팀과의 연주곡을 맞추느라 본격적으로 연습에 돌입하게 되었다. 퇴근 후 1시간 더 늘어 주 2시간이었으나 심적으로는 늘 잘하고 싶었고, 나로 인해 곡을 망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과 내가 속한 팀이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겠다는 책임감이 너무 강해 부담감이 갈수록 늘었다. 

아름다운 선율 연주로 인한 힐링이 아니라 이젠 곡을 망치지 말아야겠다는 긴장감, 별도로 집에서의 반복 연습과 주 2회 꼭 참석해야 하는 압박감, 잘 해내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자존심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그만둘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존에 참석한 앙상블 멤버가 2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어서 실력들이 쟁쟁하긴 하다. 우리는 아주 쉬운 파트 4파트에 배정되었지만 연주하다가 이상한 음이 들리면 '4파트? 4파트...'눈초리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나중엔 얼굴이 벌게져서 흥분하게 되고 정말 내가 이 악기를 왜 연주하여 이리 고생하는가? 의아심이 들고.. 선생님이 우리의 사정을 알고 별도 시간을 내어 예비 연습하도록 봐주셨다. 그렇게 찜찜하고 어둡고 부담되는 세월이 어언 삼 년이 지나갔고 때론 발표회도 가졌다. 나의 사력을 잘 아는 가족들은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격려했다. 

사실 많은 쉬운 곡들을 이젠 쉽게 불 수 있게 되었지만 잘하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나의 노력은 정말 가당치도 않는 것이지만 말이다. 꾸준한 연습과 결석하지 않는 고집과 해내고야  말겠다는 욕심과 야망등이 나를 점점 향상되게 했고 4파트가 아닌 다른 파트로 조금씩 진급하여 어느덧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병원의 환우들을 위한 연주회, 어르신들을 위한 데이케어센터의 연주회,  기타 여기저기 축제에 참석 등으로 봉사연주하고 다니고 있다. 우리 앙상블 팀의 소리가 좋다고 너무 아름답다고 손뼉 치며 칭찬을 들을 땐 마음 뿌듯하기도 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음악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실 때는 잠시나마 그분들의 젊음을 발산하게 하였다는 자부심으로 우리도 신났다. 

우리는 전문가가 아니고 아마추어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그 음악을 악기로 연주할 수 있고 혼자서도 맘이 편하고 안정되는 것 같아서 그것을 함께 즐겨주는 친지들과 이웃들이 있어서 이젠 스트레스 안 받고 즐겁게 연주한다. 그러면서도 계속 부드럽고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고픈 마음은 늘 있다. 퇴임한 지 2년 정도 지났다. 좀 더 느긋한 맘으로 플루트 연주에 참여할 수 있고 맘도 더 편해졌으며 이렇게 내가 누릴 수 있게 해 주신 주변분께 감사한 맘은 갖고  제2의 삶을 감사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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