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4. 혼자 견디지 말아요. 아픔이든 슬픔이든.
여러분은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요즘 MBTI가 유행하면서 우리를 16가지로 나누고,
공감의 소재가 되고, 아이스브레이킹 도구로 쓰이더라고요.
참 신기한 세상인 것 같습니다. 아! 저는 ISFP예요!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가 아니라면 S가 N으로,
F가 T로 바뀌는 일은 거의 없더라고요. 어떻게 해도 저는 ISFP랍니다.
최근 다시 했는데도 혹시나가 역시나였습니다. 계속 똑같이 나온다는 건 태어날 때부터 제 성격은
이미 정해져있었던거겠죠..ㅎ
갑자기 MBTI 이야기를 꺼내면 “왜 갑자기?” 하실 수도 있겠지만, 우스갯소리로 한 번 풀어볼게요.
“슬픔을 반으로 나누면 뭐야?”라는 질문에 T분들은 ‘슬’과 ‘픔’이라고 대답하지만,
F분들은 “슬픔을 반으로 나누면, 네 슬픔 반을 내가 가졌으니 너의 슬픔은 반이 되는 거야”라고 답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F에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이런 것처럼 감정과 기억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지난 2~3년간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느낀 건,
내 아픈 기억들을 제3자에게 털어놓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는 거예요. 내 감정과 기억들이고 전혀 모르는 제 3자잖아요? 과연 이 이야기를 믿어줄까? 혹은 이해를 할까.. 이해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털어놓아야 할지 아니면 내가 느꼈던 감정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도록 나눠서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상담사 분들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내 일이 바로 당신의 감정과
아픔을 보듬어주는 거니까요. 굳이 조각조각 나눌 필요 없어요.”라고 말씀하셨죠.
여전히 저는 말을 하며 표현하는 게 쉬운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러나, 말을 한다는 것, 즉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는 걸 저는 깨달았어요. 글을 보시면
‘저 사람 정말 강인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저도 오늘 무너지고 내일 또 무너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래서 저를 치유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글을 쓰고, 읽고, 말하는 것이죠.
그렇게 안 좋은 기억과 그때의 상황, 내 아픔, 내 감정들을 하나씩 옅어지게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완전히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가지고 있죠. 언젠가 나이가 들면 어린 시절이든 젊은 시절이든
지금처럼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감정을 이야기하고 나눠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아픔이라는 두 글자를 ‘아’ 와 ‘픔’으로 나누는 게 아니라 내 아픔을 누군가 알아주고 함께 공감해
주는 것만으로도 내가 살아가는 데에 은근한 원동력이 되거든요.
오늘도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보세요.
“아픔을 견디고 이만큼 걸어온 나를 칭찬해. 오늘도 너무 수고 많았어.”
우리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공감할 때
우리는 조금씩 치유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리고 오늘 하루도 치유됐다고 믿어요.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했으니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