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말하길, 난 사람을 좋아해

by 딥페이지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 살아가는 존재다.

누군가의 자식으로, 친구로, 연인으로,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처럼

모든 만남은 관계의 언저리에 머무른다.


최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꽤 많은 상처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사람 곁에 있고 싶어하는 나를 보며,
그래서 요즘 밖으로 나가고, 누군가와 자꾸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을 좋아했고, 눈치도 빠른 편이라
누군가와 친해지는 일은 큰 걱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잦은 이사와 전학은 내 안의 무언가를 바꿔놓았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막 친해질 무렵이면 나는 늘 짐을 쌌고, 그만큼 사람과의 관계를 쉽게 열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갔다.


성인이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사람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게 낯설다.
괜히 나의 흔들리는 눈빛에 속마음이 들킬까 봐,
아무도 관심 없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해코지 할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흔들리는 눈빛을 들켜서 내가 작아질까봐.
나는 눈 대신 공백을 바라본다.


“눈 마주치는 게 어렵다면 콧등이나 이마를 보라”는 흔한 조언도 들어봤다.
하지만 그건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었다.
이미 내 안에서는 시도조차 버겁고 숨막히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요즘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짧은 인사를 나누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아, 그런 친구가 있었지”라는 말을 듣고 싶어서라도
나는 자꾸 사람에게 다가간다.

아마도 그건, 어린 시절부터 이어져온 작고 깊은 외로움이
조용히 고개를 들고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내가 눈을 바라보며 말하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내 진심은 전해질 거라는 걸.


그러니 이렇게 마음에 말해본다.

“관계를 두려워하지 말자.
모든 만남엔 때가 있고, 모든 인연은 시절을 품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