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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연습실

- 함께 배우실래요?

by 화수분

"위로 뛰어요!"

"발끝을 모아요!"

"코어를 완전 세워요!"

"체중이동을 정확히 해요!"

"양쪽 골반을 동시에 올려요!"

"반드시 카운트를 세면서 해요!"




"눈이 이마에 있다고 생각해요!"

"고개 숙이지 마요!"

"턱 빼지 마요!"


"가슴 내려요!"

"버티지 마요!"

"어깨 힘 빼요!

"팔에 힘 빼요!"


"엉덩이 빼지 마요!"

"항문을 쪼여요!"

"배 내밀지 마요!"

"아랫배를 접어요!"

"꼬리뼈를 말아요!"


"무릎을 바짝바짝 들어요!"

"무릎으로 들지 마요!"

"허벅지에 힘줘요!"

"안쪽 허벅지를 쎄게 쪼여요!"


"무릎사이 붙이지 마요!"

"무릎사이 벌리지 마요!"

"보폭을 줄여요!"


"발뒤꿈치를 세워요!"

"발뒤꿈치를 돌려요!"

"발뒤꿈치를 깊게 짚어요!"

"발을 끌지 마요!"

"발목만 세우지 마요!"

"몸 전체를 위로 들어 올려요!"


"조깅하듯이 자연스럽게 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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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후에 장구매고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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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하이고..."

"철푸덕........."



우리를 가르치는 장구선생님은 50세 남자분으로 정선생님이다.

정선생님은 본인의 근력향상을 위해 클라이밍을 하다가, 최근엔 권투도장에 다니면서 몸 쓰는 기본기를 배워갖고 와서 우리를 훈련시킨다. 우리는 장구를 치기 전, 마치 운동선수들이 몸풀기하듯 연습실 네 귀퉁이를 다 돌면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목덜미에서 땀이 흐르고 걸음걸이가 저절로 춤이 될 때쯤 비로소 장구를 맬 수가 있다.


정선생님은 약간 엘리트주의적인 면이 있다.

정선생님은 학부, 석사까지는 전통악기를 공부했고, 프로 장구연주자이면서 지금은 문화인류학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학구파 예술인이다. 우리에게, 기본기는 물론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못 따라가는 우리들은 좌절할 때가 많다. 그래서 배우러 왔다가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남아있는 우리 몇몇은 잘 안 돼도 끈기로 버티면서 연마 중이다. 내가 제일 길게 버티는 중이고 나이도 제일 많다. 환갑이 넘어서 퉁퉁한 몸뚱이로 '원 투 쓰리 포' 외우면서 위로위로 솟구치는 훈련이라니....... 그러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무릎을 다칠까 봐 허벅지를 단련하는 신묘한 기술을 정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고 있으니 곧 허벅지가 돌덩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디딤은 구름 위를 걷는 듯, 장구소리는 황톳길에 소나기 퍼붓듯.

우리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계속 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인가 배운다는 것은 견딘다는 것!

거친 것이 매끄러워지고, 더딘 것이 수월해지고, 어설픈 것이 빼어난 것이 되는, 그 아름다운 경험없이 사는 인생은 슬프다.


산다는 것은 결국 견딘다는 것!


못 먹어도 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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