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생님은 본인의 근력향상을 위해 클라이밍을 하다가, 최근엔 권투도장에 다니면서 몸 쓰는 기본기를 배워갖고 와서 우리를 훈련시킨다. 우리는 장구를 치기 전, 마치 운동선수들이 몸풀기하듯 연습실 네 귀퉁이를 다 돌면서 준비운동을 해야 한다. 목덜미에서 땀이 흐르고 걸음걸이가 저절로 춤이 될 때쯤 비로소 장구를 맬 수가 있다.
정선생님은 약간 엘리트주의적인 면이 있다.
정선생님은 학부, 석사까지는 전통악기를 공부했고, 프로 장구연주자이면서 지금은 문화인류학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학구파 예술인이다. 우리에게, 기본기는 물론이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에 못 따라가는 우리들은 좌절할 때가 많다. 그래서 배우러 왔다가 가버리는 사람들도 있고, 남아있는 우리 몇몇은 잘 안 돼도 끈기로 버티면서 연마 중이다. 내가 제일 길게 버티는 중이고 나이도 제일 많다. 환갑이 넘어서 퉁퉁한 몸뚱이로 '원 투 쓰리 포' 외우면서 위로위로 솟구치는 훈련이라니....... 그러니 죽을 맛이다.
그래도 포기란 없다.
무릎을 다칠까 봐 허벅지를 단련하는 신묘한 기술을 정선생님으로부터 전수받고 있으니 곧 허벅지가 돌덩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디딤은 구름 위를 걷는 듯, 장구소리는 황톳길에 소나기 퍼붓듯.
우리는 실현할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계속 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인가 배운다는 것은 견딘다는 것!
거친 것이 매끄러워지고, 더딘 것이 수월해지고, 어설픈 것이 빼어난 것이 되는, 그 아름다운 경험없이 사는 인생은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