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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런두런 Sep 21. 2023

알아차리고 설명하기

마음 이해하기 편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을 겪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되면, 낯설고 모르는 것이 많아 궁금한 것이 많기 마련이다.

환자들은 갑작스럽게 질병을 진단받으면 이후 치료 계획, 통증, 혹시 치명적인 질병이라면 여생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하며 더 많은 정보를 알기 원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궁금한 점을 질문하시라고 말씀드려도 잠시 망설이다가 ‘…. 없어요’라고 하거나, 특정 음식을 언급하며 먹어도 되는지 등 지극히 지엽적이고 엉뚱해 보이는 질문을 하는 때도 있다.      


한 종양내과 의사가 환자들로부터 제일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항암치료를 하면 머리카락이 얼마나 빠지나요?’라는 질문이라고 신문 기사에서 읽었다. 그 의사는 암세포를 제거하는 중대한 치료과정에서 탈모 정도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항암치료 후에는 다시 모발이 자라나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므로), 많은 환자가 이 질문을 가장 많이 해서 놀랐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암환자들이 경험하는 외모 손상에 대한 염려도 생각했지만,

 ‘아!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해서 자신에게 앞으로 나타날 증상도, 치료 약물도 의사에게 질문을 하고 싶어도 못 하겠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담당 의사와 간호사가 이후 치료과정에 대한 설명과 안내를 한다. 하지만 의료진의 관점에서 전달하는 정보가 많을 수밖에 없다.      


환자는 설명을 들었지만 당황하여 잘 이해할 수 없고, 다시 질문하지도 못하는 상황에 덩그러니 놓이게 되는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민감하게 환자의 입장을 알아차려 필요한 질병정보와 치료 및 간호 계획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충분히 이해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은 환자가 자기 몸과 투병에 대한 일종의 통제 및 조절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치료과정에서 환자에게 주체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병에 적극적인 태도를 동기부여 함으로써 건강회복의 원동력이 된다.


환자들은 종종 이런 말을 아주 뿌듯해하면서 말한다.      

‘선생님 설명을 듣고 나니 어떻게 치료받으면 될지 안심이 되어 병을 잘 싸울 자신 있습니다.

약도 잘 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이라는 중병을 진단받고도 내보이는 결의가 너무 당차서 눈물이 핑 돈다. 처음부터 이렇게 이야기하는 환자가 많지는 않지만, 환자의 이런 표현들은 치료과정에 아주 긍정적인 신호임은 분명하다.


간호사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직이기 때문에, 간호할 때 중심은 환자이다.

간호사는 환자의 개별성, 결정권과 독립성을 인식하고 간호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의료환경에서 누구보다도 환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서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건강을 회복할 수 있도록 환자의 상황을 잘 알아차려 보고 필요한 정보를 설명하는 구체적인 노력을 늘 해야 한다.


누군가를 돌보는 사람들은 대상자의 어려움을 민감하게 잘 알아차리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능력이 더욱 잘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응용력과 창의력까지 겸비한 역량을 가지게 된다.


우리가 아플 때 병원에서 만나고 싶은 간호사 또는 의사는 이런 의료인*이다.


* 참고) 우리나라 의료법(제2조 제1항)에서 규정한 의료인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조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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