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눈물의 여왕
사람은 아프지 않아도 꼭 기억해야 하는 것들을 완전히 잊고 살 때가 있어. 나도 그랬어. 다 잊어버렸었어.
드라마 눈물의 여왕 8회 백현우의 대사 중
요즘 가장 핫한 드라마를 꼽으라면 바로 이 드라마가 아닐까. 김수현 님과 김지원 님이 주연인 눈물의 여왕.
나는 한번 드라마에 빠지면 끝까지 다 봐야 하기에 참고 참다가 결국 8회와 어제 9회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마 종영까지 쭉 놓지 못할 것 같다.
8회를 틀자마자 거의 처음으로 나온 첫 대사가 주인공 현우가 뇌종양으로 기억을 잠시 잃은 해인이에게 하는 위의 말이다. 3년의 결혼 생활 후 남몰래 이혼을 준비하는 현우. 하지만 해인의 뇌종양 사실을 알게 되고, 함께 치료를 준비하며 점차 이전의 연애 기억을 떠올리는 현우와 해인. 그리고 깨닫는다. 왜 서로가 맞지 않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결혼하려 했었는지.
살면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다를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가족일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친구일 수도, 어떤 사람에게는 그냥 나 자신일 수도. 그게 무엇이 되었든 만약 나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가 있다면 그 존재와의 기억을 잊지 않도록 우리는 의식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은 노력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른 것들에 치여서 잊어버리는 존재이기에. 만약 나에게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항상 그것이 우선순위에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위의 대사 속 현우처럼 다른 것들에 묻혀 기억이 무뎌지기 전에 말이다.
어제 서울은 24년도 벚꽃이 만발했다. 우리 가족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집 근처 벚꽃이 가득한 곳으로 꽃구경을 다녀왔다. 그리고 작년에 똑같은 길을 걸었던 우리가 생각이 났다. 어떤 옷을 입고 걸었는지까지. 그리고 그때에 비해 쑥 커져 버린 아들을 보며 미소가 지어지기도 하면서, 내년에 이 길을 걸을 우리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기대도 하면서 말이다.
나 또한 지금의 행복이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니 대부분 시간을 그렇게 보내곤 한다. 생각해 보면 이 사소한 행복이 당연한 게 아닐 텐데 말이다. 가족과 함께 매년 피는 벚꽃을 구경하고, 사진으로 남기고,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는 시간은 아닐 거라는 걸 나는 가끔 잊곤 한다. 아니 알고 있기에 사진으로 남기는 걸 수도.
소설 메리 골드 마음 사진관에서 이런 글이 나온다.
어쩌면 사진은 거짓말에 약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척 웃음을 지어도 가짜 웃음은 티가 나고, 억지로 웃지 않으려 해도 진짜 웃음 역시 티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진을 찍으며 웃는 이유는,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사진으로 굳이 남기는 이유는, 행복하지 않은 어떤 날에 꺼내어 볼 희망이자 빛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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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고 힘든 일상, 사람이 많은 것을 기억하면서 살 수는 없기에 순간순간의 행복했던 기억을 사진이로나마 남겨두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이따금 찍어둔 사진을 한 장씩 살펴보며 그 순간의 기억을 떠올리다 보면 잊지 않지 않을까. 우리가 사랑한,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말이다. 우리에겐 우리의 뇌보다 더 믿을 만한 사진이라는 게 있다.
세상에 봄은 계속되고, 벚꽃도 매년 그 자리에서 피지만 우리 생에 허용되는 봄은 정해져 있음을, 그리고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봄 또한 정해져 있음을 알기에, 한 해 한 해 주어진 봄에 감사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나에게 다가와 준 봄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