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
문제가 그 자체로 말끔히 풀리지 않는 것은 우연들 때문이다. 문제가 풀리는 것은 결심을 할 때다. 그것은 에리카가 늘 했던 말이었고, 그는 그녀가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겠다는 결심도 결심이다. 그는 이전에는 그것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 p320
아일랜드 작가인 메이브 빈치 님의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에서 나오는 대사이다. 호텔을 방문한 손님 중 한 명인 안데르스의 대사.
늘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집안이 원하는 대로, 정해진 길을 살아온 그는 주인공 치키가 운영하는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호텔에 머물면서 깨닫게 된다. 위의 대사와 같은 사실을.
우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기존에 하던 일들을 멈출 때와같이 무언가 변화를 결정하는 일에만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위의 대사처럼 아무것도 변하지 않겠다는 결심조차 결심일 때가 있다. 지금 내가 변하고 싶지만, 무언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지만, 그래서 내 삶을 바꾸고 싶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 생활을 유지하기로 결심할 때, 내 삶을 바꾸지 않기로 결심할 때. 이 또한 결심 아닌 결심인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도 큰 고민과, 큰 고심을 해서 내린 결정일 테니.
하지만 삶은 언젠가 큰 결정을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오곤 한다.
그것이 언제가 될지, 어떤 계기로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또한 이때가 온다 해도 내가 이때를 알아차릴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지만 삶은 한 번쯤은 이런 기회를 주기 마련인 것 같다. 삶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결심이 아닌 변화에 대해 결심할 때가. 그리고 그때가 온다면, 그리고 그때를 내가 알아차린다면 그때는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그대로 삶을 유지하는 것보다 변화하기로 한 결심이 큰 용기가 필요한 법이니까. 그리고 그 용기로 인한 내 삶의 변화는 나의 인생을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줄지도 모르니 그때는 숨 한 번 크게 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의 안데르센처럼 말이다.
나의 인생에도 그때가 언제 올지, 이미 와버렸는지, 혹은 지금 내가 그 길을 걷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이란 늘 그렇듯 한참을 지난 후에야 알 수 있는 법.
인생엔 늦은 때란 없다는 말처럼 지나고 나서 내 인생을 돌이켜보았을 때 이 책의 안데르센처럼, 주인공 치키처럼 어느 순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고 있기를 바란다.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하지만 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 소설 그 겨울의 일주일 p75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