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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사랑하는 남자와 여자

냉동삼겹살 예찬

by 북곰

무척 가깝지만 맘에 잘 안 드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스스로를 '고기를 사랑하는 친구'라 부른다. 내가 멀리 떨어져 가만히 지켜볼 때 그냥 '고기만 먹는 편식 뚱땡이'다. 우리는 매주 금요일 혹은 토요일에 고기를 먹으러 간다. 최근에 사는 곳 근처 냉동삼겹살집을 갔다. 흔히 "냉삼"이라고 부르는 집이다.


집 근처를 산책할 때 냉동삼겹살집 고기 굽는 냄새에 침을 줄줄 흘리며 쳐다는 봤지만 가지는 않았다. '맛이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한데 입주자대표 회식 때 냉동삼겹살을 먹었다. 냉동삼겹살의 그 부드러운 고기와 특유의 기름맛, 게다가 착한 가격에 그냥 반해버렸다. 인근 고깃집에서 먹었을 때는 10만 원 이상, 배부르게 먹지 못했는데, 냉동삼겹살 집에서는 배불리 먹어도 그 정도의 금액이 나오지 않는다. 맛도 있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깻잎이나 쌈, 김치, 마늘, 콩나물, 고사리 등등 셀프 코너에 있어 눈치 안 보고 접시에 퍼가지고 먹을 수 있다. 후식으로 한강라면까지 있다. '이 얼마나 훌륭한 집인가!'


냉동삼겹살집에 가서 냉동삼겹살 3인분에 소주 한 병을 주문했다. 아내가 추가로 된장찌개와 공깃밥을 주문했다. 나는 아내가 공깃밥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공깃밥을 먹어야 금액을 많이 아낄 수 있다. 큰 접시에 냉삼 3인분이 왔을 때, 김치와 콩나물을 접시째 들어 불판 밑부분에 붓고, 그 윗부분에는 고기를 두었다. 가장 위쪽에는 새송이 버섯과 양파를 두었다. 불판 위에서 고기는 금방 '지글지글' 구워지고, 구워지는 고기로부터 기름이 줄줄 흘러나와, 김치와 콩나물을 볶아 주웠다. 아내가 주는 소주 한잔에 고기 한 점과 된장찌개 한술을 뜨니 "캬아~!" 소리와 함께 '여기가 무릉도원이구나!'는 감탄이 나왔다.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주변에 소음도 고기 굽는 냄새도 한순간 잊혀지고, 입안에는 소주의 쓴맛이 없어지고 단맛만이 엷게 있을 뿐이다. 여기가 밖이었다면, 조선시대였다면 절로 시조 한수가 나왔을지도 모르는 순간이다. 물론 나는 그런 것 없이 짧은 감탄을 시조로 대신하고, 아내에게 "소주 한잔 따라보거라~!" 하며 소주를 한잔 더 받았다. 아내는 된장과 공깃밥과 고기를 먹고, 나는 첫 점으로 고기만 먹었던 삼겹살을 이제는 본격적인 쌈으로 싸서 먹는다. 큰 상추잎 위에 깻잎 1장을 뒤집어 올려 향을 입히고, 그 위에 고기 두 점을 올린다. 쌈장을 올리고, 파무침을 올리고, 건강을 위해 알싸한 생마늘 2쪽을 올리고, 그 위에 김치와 콩나물을 적당히 올려 크게 한 쌈을 만들어 입안 가득히 넣어 먹는다. 그 큰 쌈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남이 알지도 못하게 한채 2번째 소주 한잔을 꼴깍! 목을 적셔 준다. '인생이 힘들면 술은 달다.'라는 말을 생각하며 소주의 쓴 맛을 턴다. 3잔째 소주 한잔은 된장찌개 맛으로 쓴 맛을 다스린다. 따뜻한 국물이면 소주 1병은 아무것도 아니다. 3잔의 소주로 5일간의 모든 고달픔을 날렸다. 아내와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잔을 돌리고, 불판 위에 고기가 서서히 없어졌을 때 즘, 잘 익은 새송이 버섯과 양파를 가위로 잘 잘라 쌈에 넣어서 먹는다. 잘 구워진 새송이의 부드럽지만 존재를 나타내는 식감과 잘 구워진 양파의 단맛은 천상배필의 맛이다. 어찌 소주 한 병과 고기를 더 부르지 않을 수 있을까?


후식으로 한강라면을 시켰다. 하나는 공짜지만 2개째부터는 돈을 내야 한다. 하나만 먹었음 했는데, 역시 2개를 먹어야 했다. 삼겹살과 된장찌개, 소주와 한강라면을 끝으로 배불리 먹고 돌아왔다. 만족한 배는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법이다. 아, 마지막으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가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최종 완성 후 집으로 행복하게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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