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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도 없었다 3

아무 일도 없었다 3

by 북곰

"어서 일어나."

어머니의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어머니가 돌아오셨다. 눈물이 나지 않았다. 3번 정도 경험하게 되면 감각은 무감각해진다. 자는 동안 악몽을 꾼 듯했다. 몸은 차갑고, 축축했다. 땀을 흘렸나 보다. 땀자국이 눈밑에서 얼굴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몰골이 말이 아니구나. 수돗가 가서 세수하고 오렴"

"네"


수돗가에서 찬물에 세수를 하니 조금 정신을 차린 듯했다. 계속되는 불쾌한 기분에 힘이 빠졌다.

"너 이 자식!"

화난 아버지가 날 보고 달려왔다.

"철썩!"

순간 눈앞이 암전 되었고 몸이 쓰러졌다. 아버지가 힘껏 내지른 손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어!'

아픔은 없었다. 다만 '왜?'가 있을 뿐이었다. 코에 뜨끈하고 알싸한 매운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눈물은 아닐 텐데... 뭐지?"

분노한 아버지는 나에게 다시 손을 올렸다. 그때 내 안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 처음으로 아버지를 피했다. 내가 도망을 가는 것이다. 아버지를 피해 도망을 가는 것이다. 눈과 코에서는 눈물, 콧물.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 처음으로 뭔가를 아버지로부터 했다는 생각에 희열을 느끼며 문 밖으로 힘차게 도약을 했다.


하얀 머리에 흰 정장을 입은 노인이 지팡이를 들고, 옥상을 바라보며 화를 내고 있었다. 옥상에는 내 동생이 어쩌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동생들이 옥상 밖으로 모래 장난을 했고, 그 모래를 노신사가 맞았는지 모르겠다. 아버지는 노신사로부터 뭔가 욕설을 듣고 자리를 피하다 날 보고 힘껏 뺨을 쳤는지... 모르겠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내 의지를 가지고 처음으로 자리를 피하고 있다. 어제, 오늘 여러 일중에 또 한 번 내 맘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밖으로 배출해야 한다. 무작정 달리고, 달리다 간 곳은 깜깜한 학교의 느티나무였다. 시간은 저녁을 넘었다. 수령이 삼백년이 넘는 느티나무 가운데 윗부분에는 그루터기 같은 공간이 있다. 뚱뚱한 나 같은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나는 누군가가 날 볼까 얼른 느티나무 그루터기로 올라갔고 사방으로 크게 솟은 나무줄기가 내 몸을 감춰주었다.


드디어 맘의 안정이 생겼다. 말라 끊긴 핏자국과 눈물 콧물 자국에 새로이 눈물과 콧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고 또 울었다. 무엇을 원망해야 하는지, 무엇이 잘못돼 있는지, 대체 알 수가 없었다.

'왜? 왜? 왜? 태어났을까? , 세상은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왜 나는 이렇게 아파야 하는 거지? 왜 사람은 아픔을 주는 걸까?'

여러 의문이 들다가 없어지고, 만들어지다 없어지고, 몇 번이나 반복 또 반복 재생되었다.


한참을 가만히 웅크린 채 있었고, 더 많은 시간이 지나, 별들도 잠을 자려고 할 때 집에 들어갔다. 중학교 2학년 그 해 어제와 오늘은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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