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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간, 그리운 나여

7080 중년의 당신에게 보냅니다.

by 북곰

30살이 되는 밤 12시. 같은 나이의 동기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30살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ㅋㅋㅋ" 메시지를 받은 동기들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섭섭하지만 웃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조그마한 여유가 있었다.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30살을 보냈던 친구들과는 연락도 안부도 없다. 40살이 되었을 때 30대의 장난 조차 할 수가 없었다. 철이 없고, 웃음만 있던 바보 같은 어른 아이가 없었다. 30살 이후의 삶은 천진난만했던 바보 같은 남자를 충분히 넘치게 아프게 만들어줬다. 삶이 아픔인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해 줬다. 40대 이후, 앞선 삶에서 충분히 배우지 못해서 그랬던 걸까, 아픔은 배가 되고, 이제는 마지막 믿음이라 생각했던 건강마저도 좋지 않음을 느끼기 시작했다.


석가모니여, 선지자여 그대는 더 어린 나이에 미래의 모습을 봐, 그렇게 수행자의 길을 간 것일까....


주변의 사람도 없다. 업무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찾아오지만 이제는 안다. 공허한 관계라는 것을. 그저 마지못해 무언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반복할 뿐이다. 어렸을 때도 힘들었다. '그때 그 좋은 시절 열심히 하지 않았냐'고 꾸짖고 싶지 않다. 너무도 잘 알기에, 보왔기에, 있었기에....

하고 싶지 않다.


'잘될 거야.', '오늘 열심히 했으니까.... 내일은 더 좋을 거야', '날 이해 못 해서 그래 조금 더 함께 대화하고 시간이 지난다면 날 이해해 줄 거야'


부질없었다.


'희망'이라는 거짓된 꿈을 꾸고 또 꾸는지도 모르겠다. 귀옆에 난 하얀 털이 그것이 '거짓'임을 아는데 왜 그렇게 하냐고 얘기해도....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은 어찌해야 할까....


나는 당신이 싫습니다. 거울 속에, 술잔에 언뜻 보인 초라한 당신이 싫습니다. 미워하고 싶은데, 더 더 더 간절히 미워하고 싶은데, 미워할 수 없는 당신이 싫습니다. 당신을 보면 아프고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아픈 눈물마저 흘리지 못하는 당신.


싫습니다.


당신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눈을 감았습니다. 한데, 당신은 감은 눈 속에도 보입니다. 나는 당신을 떨쳐버리고 싶은데 당신은 지독히도 있군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못한 채 그저 가만히 있습니다.


'희망'을 가져볼까?, 또 또 또 아파해볼까?


밖을 나갑니다. 정오의 뜨거운 햇빛을 마주합니다. 나는 푸른 나무를 봅니다. 그 밑에 있는 조그마한 자갈, 돌을 봅니다. 잠깐 뿌옇게 일어났던 흙먼지를 봅니다.


나는 살아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 아무도 모릅니다. 나는 살아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합니다.


나는 앞으로 후회하고, 자책하고, 멍들게 하고 반드시 나를 싫어할 것을 압니다.

그래도 나는 살아가고, 또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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