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가 아니고 이마 앞에서
초심자 3개월 레슨 의무 수강 기간 유지.
클럽 가입 의무 조건 중에 있었던 조건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3개월이면 모든 기술을 다 배울 수 있어서라고 여겼다. 3개월이 지난 시점, 그것은 어림도도 없는 생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 배워야 하는 기술의 반의반도 진도를 나가지 못한 것이었다.
최소 3개월은 시켜보고
3개월만. 생각해 보니 내가 아이들 학원을 고민할 때 자주 썼던 말이다. 새로운 공부나 운동을 시킬 때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다. 석 달은 해보고 계속할지 말지 그때 가서 정하자고 세운 기간이다. 3개월 안에 성과는 기대할 수 없어도,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해봐야 시간 낭비인지를 스스로 지켜볼 수 있는 최소 기간이다. 사람에 따라서 그 기간이 6개월인 경우도, 1년인 경우도, 길면 3년인 사람도 있다. 어쩐지 클럽 기존 회원들이 신입회원에게 마음을 여는 시기도 3개월쯤이 되었던 것도 같다. 주로 회원님이라는 호칭에서 점점 이름을 불러주기 시작하고, '너 찐이구나?'라는 내적 유대감이 생기는 시기.
실제로, 3개월 차부터는 초보들 사이에서도 운동신경이나 진심 정도에 따라 진도가 벌어지는 경우도 있다. 사기가 떨어진 초심자가 부상이 생긴 경우에는, 운동을 그만둘 계기가 된다. 물론, 부상이 있어도 회복 후에 다시 나오는 사람도 있다. 그런 때에도 '너 찐이구나!'가 확인된다.
대회 나가볼래요?
나와 파트나가 찐인 건 여러 번 확인된 사실이다. 레슨이 없어 A, B, C레벨 회원들 위주로 연습하는 날에도 우리는 다른 초심자들과 함께 운동에 자주 꼈다. 코치에게 받는 수업은 10분인데 선배 회원들에게 배울 수 있는 시간은 두세 배 더 길었다. 주로 게임을 하다가 잘 안되는 기본 스트로크 자세를 잡아주었다. 왕초보들은 지적과 격려를 듬뿍 받아 무럭무럭 성장했던 세 달이었던가.
그렇다 해도 넉 달을 배우고 배드민턴 시 대회를 나갈 수 있는 것일까. 이제 클리어 산 하나 넘어가고 있고, 중간중간에 헤어핀, 언더, 드라이브 정도 익혔을 뿐, 전체 기술 중 스트로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스매시는 감도 오지 않는 상황이다. 게임 중에는 스매시를 할 줄 몰라 늘 OUT으로 지고 지고 또 졌다. 타점도 각도도 확실히 이해되지 않아 답답했던 시기였다.
왕초는 클리어만 잘하면 반은 이긴다? vs 스매시도 못하는데 경기를 한다고?
-이번 대회는 클럽에서 출전비도 지원해 주거든요.(나가 봐)
-회장님, 근데 저희 기술 다 배우지도 못했는데요.(나갈 상황인가)
-왕초들끼리 붙으니까 부담 갖지 말고, 경험 쌓는다 생각하고요.(그냥 나가봐)
-코치님이 괜찮다 할지 모르겠어요.(나가라고 해주면 나간다)
-쌤, 이 두 사람 대회 나가도 되죠?
-네네. 돼요 돼요.
......!?
눈앞으로 날아오는 스매시를 정통으로 맞은 기분이었다. 그것은 아프기보다 얼떨떨한 느낌이었다. 묘한 기쁨도 잠시, 대회까지 남은 기간 코치님의 고충이 예상되어 배친자 두 명의 눈과 어깨에는 힘이 더 들어가게 되었다. 나는 스매시만큼은 할 줄 알아야 했다. 나의 조급함과 선생님의 답답함이 합쳐져 극약처방이 이루어졌다. 타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몸에 익지 않았던 자세를 고치기 위해 코치가 셔틀콕 다발을 들고 내 바로 앞에 와서 섰다. 이마 앞쪽으로 던져 올린 공을 나는 팔을 들고 팔꿈치를 고정 채 채를 뒤에서 앞으로 꺾어 내렸다. 힘을 뺄수록 콕이 시원하게 경사를 타고 던져졌다. 팔이 다 펴지기 위해서는 타점이 낮아서는 안 되었고, 대신 각도가 낮아져야 바닥으로 꽂히는 경사를 만들 수 있으므로 클리어 때보다 한 발 뒤에 서서 쳐야 했다. 클리어를 위한 타점의 각도가 80도라고 친다면, 스매시는 65도쯤이 되어야 했다.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팔을 접고 내리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뒤로 가서 비슷한 높이의 공을 65도로 치는 것이 스매시였다. 공격을 위한 스트로크라 하여 팔에 힘을 더 실을 필요는 없었다. 클리어 자세가 가능한 사람은 스매시도 가능한 것이었다.
웰컴 투 더 배드민턴 월드
보름 뒤에 대회에 나간다는 소리는 삽시간에 퍼져 각 레벨의 선배들이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이 마구 쏟아졌다. 대회 경험이 있는 왕초 선배는 서브 공 잡고 덜덜 떨다 보면 이미 경기가 끝나있더라는 말을 해주었고, 얼마 전 승급대회에서 B레벨이 된 회원은 파트너의 강한 멘털 덕을 보았다고 말했다. 실력이 있어도 대회에 나가면 심적으로 위축되어 발휘를 다 못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나는 실력도 부족해서 멘털은 강한 것으로 치고 대회에 꼭 필요한 기본 기술을 빠른 시간에 습득해야 했다.
A레벨인 회장님은 S레벨인 선배회원을 소개해 주시며 자주 도움 받으라 한다. 초심에서 승급하면 D, 그다음 레벨이 C, B, 그리고 A인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S는 그 위의 급수라고 한다. 자강이라는 명칭도 있던데 그것은 선수 출신이라고 한다. 위로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배드민턴의 세계에 이제야 발을 들인 것만 같다.
얼마 전 얼굴을 세게 맞은 적이 있어 앞쪽으로 오는 것을 꺼리는 파트너를 위해 암묵적으로 자리를 배분했다. 언니, 내가 앞에서 받을게. 실력보다 멘털이 강한 것을 앞세운 나는 게임 중에 네트 앞쪽을 주로 지키며 강하게 날아오는 공도 무서워하지 않고 얼굴을 돌려 피하거나 받을 수 있는 공은 받아 치기도 했다. 막 장착한 스매시 기술도 과감하게 쓰고 무조건 앞으로 와서 전위 수비를 봤다.
D레벨 선배 둘이 의아해하며 말한다. 마치 이런 공격과 수비는 처음 본 사람들 같은 표정이었다.
"아니 이분 왜 자꾸 앞으로 오는데..."
"파트너는 왜 뒤에만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