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축복이다.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페달과 변속기 손잡이가 그런 것처럼, 자꾸 글을 쓰다 보면 그대에게로 컴퓨터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저자는 서문에 이런 얘기를 한다.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다 보면 위와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된다. 특별한 기술이나 배움보다 글쓰기는 기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어린아이가 자전거를 배우듯 계속 글은 쓰다 보면 는다는 것, 물속에서 몸으로 수영을 익히다 보면 어느 순간 잘한다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라는 것. 글쓰기를 강조하는 작가들이 갖는 공통된 시각이다.
글이란 무엇인가?
저자는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고 했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라는 설명이다. 이상하다? '기자의 글쓰기'에서 김종인 작가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나? 결국 글이란 것은 생각의 표현이고 말을 써놓은 것이 불과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논리적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아래 세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는 무엇일까?
감정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소통하려면 논리적으로 말하고 논리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려면 논증하는 방법을 알아야 하는데, 단순한 자신의 취향을 표현한 게 아니라 타인의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들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그 판단 근거를 뒷받침할 의무, 자신의 주장을 논증할 책임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는 어떠한가?
말이나 글은 사실과 주장을 구별해야 한다고 한다. 사실은 그저 기술하면 된다. 주장을 할 때는 반드시 근거를 제시해야 하며 그것이 옳은 주장인지 논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제에 집중하라는 말 그대로 엉뚱한 곳으로 가지 말고 관련 없는 문제나 정보를 끌어들이지 말라는 의미다. 원래 하려고 했던 이유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선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논리적인 글을 쓰는데 필요한 세 가지다.
글쓰기의 철칙
논리적인 글이나 일반적인 글이나 누구나 쓸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글쓰기는 학습과 훈련의 경험이지 재능이 아니라고 말한다.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노력한다고 해서 누구나 안도현처럼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만큼 에세이를 쓸 수는 있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 시간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머리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글쓰기 철칙은 두 가지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발췌, 텍스트 요약이 논리 글쓰기의 첫걸음을 잊지 말자.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누구나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요약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텍스트 요약은 단순 압축 기술이 아니라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글쓰기에 유념할 네 가지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훌륭한 글은 뜻을 잘 전달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책 읽기와 글쓰기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뿐이다. 글쓰기 시작은 독서다. 모국어 능력이 중요하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모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외국어를 잘하기 어렵다. 글을 쓸 때도 번역을 할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시간순으로 보면 감정과 생각이 먼저고 언어는 그다음이다. 언어에서는 말이 글보다 먼저다. 나중에는 선후가 불분명하지만 글이 말을 얽매이고 언어가 생각을 구속한다. 글을 쓸 때는 글이 아니라 말이 먼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쓰기에 유익한 유일한 독서법은 많이 읽는 것이다. 인간, 사회, 문화,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을 읽어야 하고,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을 골라야 한다. 또한, 지적 긴장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책이 좋은 책이다.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리고,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바로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이다.
또한, 한자말을 오남용 하지 말아야 한다.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는 되도록 피한다. 말과 글은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수단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말도 마찬가지다. 일본말 조사를 함부로 쓰는 것이 피해야 한다. '의', '으로의', '에로의', '에서의', '으로부터의', '에 있어서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는 모두 틀렸다. 피동형 문장도 피해야 한다. '보여지다', '되어지다', '키워지다', '다뤄지다', '모여지다', '두어지다', '보아지다'는 쓰지 말아야 한다.
글은 단문이 좋다. 문학작품도 논리 글도 마찬가지다. 단문이 복문보다 훌륭하거나 아름다워서 쓰라는 것이 아니라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티끌은 모아야 티끌이지만, 글쓰기는 티클 모아 태산이 된다. 글을 쓰려면 근육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많이 써야 한다. 무조건 쓰는 게 답이다. 생각은 자유롭고 상념은 스쳐간다.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문자로 쓰지 않은 것은 아직 자기의 사상이 아니다. 글로 쓰지 않으면 아직은 논리가 아니다. 글로 표현해야 비로소 자기의 사상과 논리가 된다.
글쓰기 훈련을 하는 사람은 분량을 엄격하게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압축의 미학과 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글을 연습할 수 있다.
긴 글보다는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중요한 기술 두 가지는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써야 하며, 둘째, 군더더기를 없애야 한다. '그러나', '그리고', '그러므로', '그런데', '그렇지만' 같은 접속사를 넣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글쓰기는
주제를 뚜렷이 하고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는다.
사실과 정보를 논리적 관계로 묶어줄 때는 정확한 어휘를 선택해서 말하듯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표현한다.
중복을 피하고 군더더기를 밀어냄으로써 글을 최대한 압축한다.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글은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 항소이유서, 유시의 경제학카페,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등 유시민 작가의 다양한 책을 읽었다. 논리적인 글쓰기와 글 잘 쓰는 방법에 관한 이 책은 한 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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