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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피 Feb 08. 2024

화를 다스리는 법

내 마음을 달래는 진짜 방법 2가지

얼마 전 직장동료와 트러블이 있었어요.
긴 대화 끝에 잘 풀고 다시 잘 지내기로 했어요.
그런데 여전히 화가 나서 괴로워요.

혜피님은 화를 잘 조절하시나요?


나는 언젠가 내가 사는 집 뒤쪽으로 이어진 산책길에 막대기 하나를 꽂아 둔 적이 있다. 어젯밤 '활동명_누군가'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을 읽고 오랜만에 그 막대기를 꽂아 두었던 방향으로 산책을 나갔다. 여전히 굳건히 깊숙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막대기를 보니 얼굴이 벌게지며 웃음이 났다. 막대기가 그때의 내 감정을 이야기해 주는 듯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찌 화가 안 날 수 있나.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고, 그 한 가운데서 우리 모두는 인간관계의 불가항력적인 부대낌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다. 잠시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나는 화가 나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성향이다. 화가 났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편이었고 그로 인한 일, 심지어 부작용조차 감당하고 견뎌낼 맷집도 강한 편이었다. 덕분에 화를 품고 사는 일은 드물었지만 그로 인한 심한 부작용 중 하나로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생기자 감당할 수 없는 자괴감에 괴로웠다. 이 일이 몇 번 반복되니 지금은 조금 참으면서 살 줄 안다. 감당하고 견뎌내는 일보다 참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달까. 여러 저명한 심리학자들은 '화'는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바깥으로 분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지혜롭게 '화'를 다루어야 할까?

   

이누이트 족이 분노를 다스리는 법은 상당히 인상 깊다. 그들은 '화'의 주체를 나에게 두지 남에게 두지 않는다. 그들은 내면에서 분노가 느껴지면 막대기 하나를 들고 무작정 걷기 시작한다. 화를 느끼고 있는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그것을 다룬다. 그런 나를 달래는 것이다. 무작정 걸으며 아름다운 풍경도 보고 생각도 하며 본질을 마주한다. 걷고 또 걷다가 분노가 사그라지면 그곳에 들고 갔던 막대기를 꽂아두고 돌아온단다. 누군가를 해 할지도 모를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묻고 오는 것이다. 과거에 나도 노여움에 사로잡혀, '분노를 다스리는 법'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다가 이누이트 족의 막대기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때 얼마나 감정이 거칠었던지 꽂혀있는 막대기가 화풀이 대상이 되어 지금도 아주 깊고 거칠게 꽂혀있다. 그 막대기를 보고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는 그 감정에서 벗어난 것일까.  


그렇다고 나 또한 오늘 주제에서 초월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알게 된

확실하게 분노를 다스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글을 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표출하고 싶어 하고 공감을 얻고자 한다. 하지만 공감이라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것이다. 생각보다 다른 이에게 공감을 얻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상대를 욕하는 것으로 대화의 방향이 흘러가고 만다. 이럴 경우 기대했던 공감과 위로를 얻기보다는 감정이 해소가 되긴커녕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말로 뱉어내기만 해도 시원하지 않을까?" 물론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출할 때 남에게 뱉지 말고 글로 배출하자. 글쓰기는 가장 쉽고, 합리적이며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셀프 상담도구이다. 미국의 배우 '줄리아 카메론'은 그녀의 자서전에 '모닝페이지 쓰기'를 소개한다. 그녀는 자신이 겪었던 혼돈의 터널을 글을 쓰며 극복해 냈다. 나 또한 좀 잘 살아보고자 오래전부터 '기도 노트'를 쓰고 있는데 처음 시도했던 글들을 보면 이것은 기도라기보다 분노, 원망, 수치심을 나열해 놓은 글자들에 가깝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누구인지,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급기야 나를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온 인류애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는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다. 더 이상 고난을 고난으로 여기지 않고 값진 삶의 경험이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내 혼란의 페이지, 분노의 페이지를 노트에 채워보자. 그것들은 결국 남에게 돌아가는 화살이 아니라 조개가 고통을 진주로 만들어내듯 토해져 나온 것들이 쌓여 보석이 될 것이다.    


둘째, 물리적인 차단을 두려워하지 말자. 많은 사람들이 벌어진 상황은 그대로 두고 내 마음만 다스리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친구나 직장상사의 행동이 상처가 되는데 내 마음만 잘 다스린다고 해결이 될까? 내 태도나 직장에서의 업무 방법 등 내 선에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도 계속 화가 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환경에 변화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화를 자꾸 부르는 친구와는 거리를 두는 것, 직장이라면 부서변경이나 심한 경우 이직 또한 고려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가 아는 많은 위인들은 분노의 마음으로 상황과 환경을 바꾸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세상을 바꾸기까지 했다. 변화를 두려워 말자. 생각보다 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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