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디밭이 누렇게 변색함을 보고 나는 그제야 지금이 가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 거리에는 버석한 낙엽이 쌓이고 쌓여 태산을 이루더니, 어떤 이의 발에 밟히고 채여 바스러진 채 마당의 잔디 사이사이에 깊게 자리 잡았다. 하늘엔 짓궂은 바람이 떡갈나무 가지를 죄다 엉켜놓고 달아났다. 영락없는 가을의 풍경을 나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검은곰팡이 더미를 뒤집어쓴 아름드리나무의 그루터기는 더 이상 앉을 수 없게 되었고, 재작년 오두막 아래에 작은 구덩이를 파 자리 잡았던 쥐는 도둑고양이에게 목덜미를 내어주었는지, 제 구덩이 앞에서 배를 까뒤집고 죽어있었다. 조금만 둘러보아도 죽어버린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살아있는 것이 없었다. 오직 저뿐이었다.
염치없이 저 혼자 오두막 한 구석에 틀어박혀 살아남은 것만 같아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왜 이토록 쓸데없이 인간의 수명은 이리도 긴 것입니까. 변해가는 것들이 너무나도 두려워 신께 물었다. 당연하게도 답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먼지 묻은 공기들만 오두막 안에 갇혀 공중에 부유했다. 창문 너머로 버석한 잎사귀가 일제히 떨어진다. 또 하나, 둘, 셋, 넷. 죽어가는 이들이 또 감당치 못할 만큼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