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by 이지우

아이는 두꺼운 유리벽을 뚫고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태양의 파편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파편들이 만들어낸 그 은은한 오솔길을 눈짓으로 따라가 보면, 너른 구름에 비껴 앉은 하얀 태양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얗게 타오르는 태양을 잠시 바라보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두자, 둥그런 잔상이 희끗하게 남았다. 그 잔상은 아이의 각막에 내려앉아 아주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그 존재감을 잊어버릴 때쯤, 그 잔상의 흔적조차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태양, 저것은 태양이다. 그 빛이 너무나도 강해, 사람들은 태양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얀 태양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날이면, 사람들은 그 아래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마치 태양의 발치 언저리에서 엎드려 경배하는 것만 같아, 모두가 고개를 숙일 때 아이는 태양을 마주 보았다. 눈을 애써 치켜뜬 채 오래 바라본다.

사람들이 법도와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그 안에서 맴돌 때, 아이는 모순적으로 그것들을 거침없이 위반하려 했다. 팔다리를 에워싼 그 모든 것들을 끊어내려 요동치지만,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지쳐 쓰러져 버릴 것을 모든 이들은 알고 있다. 저 아이가 언제 쓰러질 것인지 큰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침내 그 가녀린 팔이 땅 위로 툭, 떨어졌다. 하얗게 불타는 태양 아래로, 아이가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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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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