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디쯤인데... 열쇠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
왜 마음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것도 인생공부인가?
아파트 구매 전까진 솔직히 말하면 부동산 관련 용어나 이런 쪽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다.
아니, 아예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와는 딴 세상의 이야기라 여겨왔기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집과 관련해서 제일 큰 금액을 거래해 본 적이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 거래였다.
이 역시도 앞의 회차에서 언급했듯이 회사 전세 대여금을 받을 수 있었기에 개인 돈은 크게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1억 조금 안 되는 돈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것 또한 당시에는 쉬운
일은 아니었었던 것 같았다.
'우와! 이렇게 큰돈을 보증금으로 맡기고... 혹시나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면 어떡하지?'
이때가 벌써 3년 전이었는데... 다행히 이 당시에는 지금처럼 전세사기 대란이 일어나지 않은 시기였기에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는 없었지만, 괜히 혼자서 겁이 났었던 것 같았다.
이 전까지는 보통 원룸이나 투룸의 월세를 내며 지내왔었다.
나에겐 보증금 300만 원, 500만 원도 엄청 큰돈이긴 하지만, 지금 상황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
그냥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땐 뭐가 그리 쫄려서 그렇게 겁이 많았을까?'
원룸을 구할 때도 발품을 엄청 팔았다.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넓은 방을 구하기 위해서... 그리고 월세 단 1만 원이라도 적은 곳을 찾기 위해서...
물론 부동산 몇 군데 돌아다니면 거기서 알아서 다 찾아주긴 했었지만...
그렇게 계약을 맺고 나면 스스로 뿌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왠지 모르게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어른이 된 듯한... 웃기다.
고시원에서 처음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가, 이젠 큰 평수는 아니지만 혼자 살기에 충분히 넉넉한
공간의 아파트 전세를 얻어 살고 있는 걸 보면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잘 살아왔다. 진짜 잠만 잘 수 있었던 그 비좁디 좁은 고시원에서... 옷방과 침실, 작업실까지 따로 둘 수
있는 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니...'
여기까지 오는데, 14년 정도 걸린 것 같다.
그리고 아파트 분양권을 당첨받고 이제 입주까지는 거기서 3년이 더 걸렸다.
(아직 입주는 하지 않은 상태지만...)
그 3년의 시간 동안 어떻게 해야 입주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유튜브나 인터넷 등을 많이 검색해보았었다.
검색을 해봐도 실제 내가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저축 밖엔 없었지만...
아니 저축 밖에 할 수 없었다. 주식을 하자니 시드머니도 부족했을 뿐 아니라, 괜히 욕심을 부리다가 있는 돈
마저 날릴 것 같은 불안함이 컸기에... 그냥 조금이라도 모아두자는 생각에...
이래서 부자는 될 수 없는 팔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요즘 같이 이자도 낮은 시대에 은행만 믿고 저축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돈을 모아야겠다는 의지가 부족해 보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혼자서 벌고 있는 월급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나만의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모았냐고? 물론 그렇지도 못하다.
보통 월급의 70~80%는 저축을 해야 된다고 하지만... 이제 나이도 적지 않기에 품위유지 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예 안 쓰고 살아갈 수는 없었기에...
그래서 지금 후회하고 있는 중이지만....
가끔은 '당신은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뭘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받거나 책에서 보게 되면,
예전에는 그냥 '돌아가고 싶지 않은데...' 라며 깊이 생각은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진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 달에 10만 원이든 하루에 만 원이든 간에 무조건 꾸준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돈을 모아놓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주식이나 코인 같은 것에는 손을 대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일찍부터 돈을 꼬박꼬박 모아만 두어도 10년, 20년 후에는 목돈이 생기는 것이니 말이다.
물론 수익성은 없을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지금은 한 푼 한 푼이 절실한 것 같다.
요즘 인터넷이나 유뷰브에서 제일 많이 검색하는 것이 DSR, DTI 같은 용어다.
솔직히 부끄러운 얘기지만, 이와 같은 용어는 정말 얼마 전까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알지 못하면 안 되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 보고, 계산기를 이리저리 두들겨 보고 있다.
아직 아파트가 완공이 안된 상태기에 KB시세는 측정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내 부채비율과 어느 정도의
주택담보대출이 가능한지 예측을 해보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전매제한, 보금자리론, 생애 첫 주택대출, 취득세...
진짜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이런 것들을 한 번에 다 알아야 되는 상황이 되니 막막할 따름이었다.
다행히 유뷰브에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분들이 많이 계신 덕분에 다양한 영상을 보면서 공부도 하고
있지만, 이 역시도 나와 똑같은 상황에서의 설명을 해주고 있는 건 찾기 힘들고, 100% 신뢰할 수는 없는
부분이기에 들으면 들을수록 지식도 축적되지만,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다.
'내 돈 한 푼 없이도 분양 아파트 입주하는 방법'
'주택담보대출 쉽게 받는 방법'
'잔금 대출을 하지 못하면 입주를 하지 못하나?'
'분양권 당첨에서부터 잔금 치르기까지 준비단계'
이러한 썸네일들을 초창기에는 많이 봤던 것 같다. 그런데 대부분 제목만 흥미롭게 뽑아 놓은 거지 실제로는
거의 동일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호기심도 생겨서 많이 찾아보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와닿는
내용들은 그렇게 많지 않아 이제는 즐겨 찾지 않는 편이다.
수중에 가지고 있는 자금은 어느 정도 예측을 한 상태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건 아파트 시세가 얼마나 나오는지...
거기에 따라 나의 주택담보대출은 얼마나 나올 수 있는지...
이자는 몇 프로인지...
현재 나의 부채는 문제가 없는 건지... 딱히 대출은 많이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막상 신용평가를 받게 되면
나도 모르는 부분이 문제가 생겨 대출금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문득문득 들기도 한다.
무조건 대출이 많이 나오는 것 또한 결코 마냥 좋은 것만이 아니란 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진짜 그 돈을 갚으려면 허리가 휘다 못해 부러져도 갚기 힘든 상황에 닥칠 수도 있기에...
그래서 개인부채상황비율에 따라 돈을 대출을 해주는 것 같기도 하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나중을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입주 시점에서는 무조건 내가 원하는 만큼의 대출금이 나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런 내용의 글을 적어 올리자니...
스스로도 머쓱해지기도 하고,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헷갈리기도 하다.
정보를 주자는 건가? 아니면 푸념?
생각 없이 함부로 집을 사려는 이들에 대해 조심하시라는 사전 경고 메시지?
솔직히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는
나름의 준비과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써보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그런데, 브런치에 글을 쓰는 동안 제일 힘든 시간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나름 글을 쓸 때는 신나고 혼자 재밌어서 막 쓰기도 하는데...
이 글은 쓰면 쓸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지금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만 더 커져가는 것
같아 힘이 들기도 한다.
진짜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인가?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