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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돌 May 21. 2024

U-턴이 가능하다면...그때도 계약서 작성할거야?

후회는 아닌데, 후회도 됩니다. 그런데 또 욕심이 나고 갖고 싶습니다!

3년 후 입주를 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계획도 중요했지만, 또 다른 걱정거리도 생겼다.

과연 아파트 완공 후에도 여전히 이 지역에서 살고 있을까? 아니 살 수 있을까?

이렇게 얘기하면 뭔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왜냐하면,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은 3년 내지 5년 터울로 지역을 옮기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정말 운이 좋은 경우에는 그 지역 내에서 사무실만 옮기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기에 전략을 잘 짜야 될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 근무지에서는 2년 반 정도 근무를 해오고 있었다.

이제 분명 어딘가로 튕겨 나갈 시점이 될 수 있는 시기였다.

'지금 선택을 하지 않으면 어디로 발령이 날지 알 수 없다. 그럼 방법은 한 가지뿐...'

'그래! 이 시점에 본부로 지원을 하자!'


우리 회사 본부는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다. 본부 근무의 이점은 2년 이상 근무하고 나면

다시 이동이 가능하며, 가급적 희망근무지를 우선적으로 배치해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실제로 내가 근무할 때도, 본부에서 근무하고 오신 분들 대부분 원하는 지사까지는 100%는 아니더라도

그 지역 안에는 발령이 나는 것을 봐왔기에...

괜히 애매하게 타 지역으로 전출을 갈바에는 힘들 수도 있겠지만, 본부로의 지원이 확률적으로 더 나아

보였다(그런데 지금은 본부 근무 3년차이지만 솔직히 불안하다... 워낙 인사가 말이 많다보니...)

'솔직히 본부 근무는 자신이 없는데... 아는 것도 없고...'

'거긴 똑똑한 사람들만 근무할 건데... 지사에서 업무 경험도 다양하지 않은 상태에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되었다. 그러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아니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그것밖에 없었다.


'그래... 3~4년만 잘 버티면서 생활해 보자. 어차피 언젠가는 한 번 근무는 해봐야 되는 곳인데...'

'차라리 싱글일 때, 후딱 갔다 오는 게 더 낫겠지?'

그리고 상반기 발령 시즌이 다가올 때 즈음해서 덜컥 본부로 지원을 해버리고 말았다.

같이 근무하던 동료들 중에 의아해하던 사람들도 많았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그 선택 자체가 나에게 있어 제일 베스트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다른 대안은 없어 보였다.

다행히 본부 발령 이틀 전, 승진 대상자에 포함이 되어 본부로 전입 올 때는 주임에서 대리로 승진해서

올 수 있었다.


원주에는 아무런 연고도 없었다. 그렇다고 가족이나 친구 등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이전 사무실에서 같이 근무했던 직원 중 본부로 먼저 지원을 분이 있었는데, 그나마 큰 위안이

되었다. 아니 진짜 알뜰살뜰히 잘 챙겨주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발령 후, 출근 전 주말에 가족들이랑 캠핑을 다녀왔다. 새로운 근무지에서 잘해보라는 격력차 여행??ㅎㅎㅎ

캠핑을 마치고 일요일 파주에서 원주로 혼자 차를 몰고 오는데, 기분이 뭔가 싱숭생숭했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인생의 나침반이 있다면 한 번쯤 점검이라도 해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파트 하나 당첨되는 덕분에 주거지까지 갑자기 옮겨야 되고...

솔직히 아파트 당첨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이 이렇게 현실로 펼쳐지고 있으니 혼란스럽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새로운 삶이 펼쳐지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아파트 완공되려면 지금으로부터 딱 3년 반만 참으면 된다!'

'그때까지 죽었다 생각하고 잘 버텨보자!'


이렇게 다짐을 하면서 지내고 나니 어느덧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어떻게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제 올 11월 말이면 벌써 아파트는 완공이 된다.

3년 반 정도의 시간을 생각하고 내려 올 생각이었지만, 계획보다 6개월 정도는 앞당겨 내려갈 생각을 현재

가지고 있다.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유도 있지만, 주변에서 들어보니 입주하기 전 준비해야 될 사항들도 많다고 했다.

특히, 대출 관련해서 은행에 방문해야 되는 일도 잦고, 사전점검 등...

멀리 떨어져 휴가를 내기보다는 차라리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 볼 수 있는

쪽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6개월을 앞당겨 내려가기로 결심했다(현재진행형...)


원주로 올라갈 때도 그랬지만, 6개월 앞서 내려오는 현시점에서도 준비는 엉성한 상태이다.

막상 내려와서 6개월간 지낼 곳도 현재 마련되어 있지 않다.

물론, 형 집이 있긴 하지만, 거기 얹혀 지내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몇 달을 지낸다는 건 서로 불편한 일이기에

애초에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은 단기임대 원룸을 알아볼 계획이다. 7월 중순에 발령이 예정되어 있어 6월 말부터 해서 방을

알아보고, 발령 공문이 뜨는 동시에 계약을 할 예정이다.

그냥 방하나에 화장실이 있는 곳으로 가급적 저렴한 곳으로 알아볼 계획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아파트 당첨이 되고 나서 무언가 뜻대로 이루어진 건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름 계획하면서 지낸다고 머릿속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듯 하지만, 생각대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불안한 게 사실이다.

예비 입주민 단톡방에서 가끔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나와 같이 입주시기에 맞추기 위해 전세를 구하거나 월세를 찾는 사람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계획대로 집을 사고팔 수도 없고, 전세나 월세 또한 입맛대로 계약을 할 수 없는 것이 대부분이기에... 그런 글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면서 한 편으로는 안도감이 쉬어지기도 한다.

'나하고 비슷한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네? 그나마 다행이네...'


만약 단기임대를 해서 입주예정시기에 맞춰 계약을 한다고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요즘 사전점검을 마친 신축 아파트 뉴스 기사를 보면,

시행사에서 날림공사로 인해 입주가 지연되는 소식도 많이 볼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 아파트는 이러한 부분들이 문제가 된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서 안심이긴 하지만...

막상 기일이 다가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혼자서 억 단위의 아파트에 입주할 생각을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라는 걸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억대 연봉도 아니고... 그렇다고 월급의 일부를 꼬박꼬박 모은다고 해도 3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요즘 뉴스에서 '아파트 가격 급락!', '금리인상'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면 가슴이 콩알만 해지는 것 같다.

지난번 설명회 갔을 때는 분명

"아파트 시세가 분명 분양가보다는 낮아지지 않을 겁니다!"라고 호언장담하던 강사분의 말이었는데...

나도 그 말을 진짜 믿고 싶었다. 아니 지금도 그렇게 되리라 생각하고 싶다.

그런데 요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이건 그냥 꿈같은 이야기인 듯하다.

서울의 중심부도 아니고, 지방에서 조차도 중심지역은 아닌 곳에 위치하고 있기에 가격 상승은 고사하고,

제발 나중에 대출금을 책정할 때 만이라도 분양가 금액이라도 유지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최대한의 대출이 필요한 게 사실이고, 그에 따라서 계획의 변동이 필요한 상태다.

이 말인즉슨, 누가 봐도 충분한 자금을 모아두지 못한 상태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는... 아니 분양권에 당첨이 되기 전까지는 몰랐다. 아니 이 말을 이해하지 못헀다.

"내 집의 절반 이상은 은행이 주인이라는..."

'에이... 설마...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그런데 막상 내가 이 현실에 닥치게 되니, 정말 이 말의 진심이 너무 와닿아서 서글프기도 하다.


'진짜 입주한다고 해도 주인은 내가 아닐 수 있겠구나...'

'어떤 은행사가 주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좀 넉넉한 주인 만나서 필요한 만큼 꿔주기만 해도 좋을 텐데...'


보통 새집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많이 설렌다고 하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다. 솔직히...

그런데 요즘에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뭔가 옥죄어 오는 느낌이 들어 설렐 시간조차 없는 것 같다.

뚜렷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더 그런 듯하다.


분명 쥐구멍에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 나 역시도 솟아날 구멍은 보이겠지?

지금은 그냥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나갈 뿐이다.


모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현실 가능한 계획 또한 최대한 현실감 있게!

입주민들 중에 분명 나와 같은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텐데...

그러나 단톡 방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들 돈이 많은 사람들인가? 아님 준비성을 잘 갗준 사람들인가?'

분명 지난번 입주설명회 갔을 때 온 사람들의 연령대를 얼핏 봐도 나와 비슷한 또래이거나 아니면 훨씬

어려 보이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과연 이 분들은 진짜 자금이 충분이 준비가 되어서 청약을 넣은 걸까?'

'내가 너무 과한 걱정을 미리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진짜 현실이기에...


지금은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형이 말했던게 기억난다. '고속도로에서는 유턴이 없다고!'

지금이 딱 그 상황인 듯 하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서 유턴해서 돌아나갈 수 도 없는 상황이다.

그저 앞만 보고 쭉쭉 달려가야 되는 상황이다.

끝은 잘 보이지 않지만, 대충 언제쯤 끝이난 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 목적지가 어디 즈음인지 알고는 있는데, 얼마나 빨리 도달하느냐, 아니면 도착했을 때 충분한 연료가

채워져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연료가 부족할 때쯤엔 분명 주유소가 있는 휴게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 나의 고속도로에서는 휴게소가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분명 연료가 다 떨어져 가는 시점인 듯한데... 이제 곧 나타나겠지?


운전대를 꽉 붙들어 매고 이리저리 잘 살피면서 달려보아야겠다.

그럼 어떤 길이라도 보이지 않을까?

아니 분명 보일거야...


에필로그

이번 글은 구체적인 어떤 준비라기 보다는 저자의 심경 변화 과정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듯 합니다.

솔직히 시간이 지나면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심경의 변화가 요동을 치는 듯 합니다.

이 또한 준비의 과정 중의 일부가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두서 없이 적어보았습니다.

그럼 다음 편에 계속 이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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