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자격지심을 몰아내고 행복을 맞이하는 나를 사랑하여 - 일랑
[넌 나와 다른 종족이 됐잖아,] 하는 눈길.
또다시 따가워, 심장이 얄팍하게도 내달린다.
-나 지금 행복한 기분에 누군가를 무심코 대하다 상처입히지 않을까,
이건 바로 내가 가지고 있던 최종 내면 몬스터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자격지심이었음을.
찾았다. 여기다. 명확한 피라미드, 행복 등급, 안 행복 등급. 상위와 하위.
나는 행복한 사람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 남몰래 모두를 계급처럼 나눠놨더라고.
덜컥 겁이 났다. 내가 행복해도 되는 거야? 대책 없이?
다른 종족 아니고, 그냥 나다.
행복하다고 나랑 다른 결의 사람 아니고, 안 행복하고 우울하다고 나랑 같은 결의 사람도 아니다. 사랑할 준비를 찬찬히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누군가의 곁에 함께 하고 싶다. 그런 내 평안과 기쁨에서 나오는 또 다른 성숙한 나를 맞이할 것이다. 물론 지금 내가 인생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옛날처럼 남들의 슬픔에 깊이 공감을 못하거나 나도 모르게 내가 혐오하던 부류인 [삶을 사랑하세요, 인생은 즐겁습니다, 나를 사랑하세요!]같은 말을 내뱉을 수도 있다. 내 시선으로 보는 오늘이 참으로 장밋빛이므로. 정확히는 보라빛. 하늘색과 보라색이 한 데 뒤섞인 솜사탕색의 세상. 하지만 행복하다고 더 레벨업하는 것도 아니고, 안 행복하다고 덜 레벨업하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나누던 급의 경계를 치워버린다. 내가 사랑을 시작해서 바뀔 내가 두렵다. 그렇지만 그렇게 바뀐 내가 줄 새로운 따스함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나를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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