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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May 07. 2024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내 불안증 고백

(30) 불안에 퐁당 빠진 날 구해주는, 너를 사랑하여 - 일랑

있잖아, 나 사실 일주일동안 불안이 심했어. 이번주 화요일부터. 일어나는 순간 알았어.

아, 또 내 심장이 과부하가 왔구나.


그냥 막연히 사랑해서 투정부리는 귀여운 불안해- 말고,

 [큰일났다. 나 또 병원갈 정도로 심각한데?] 자조할 만큼의 불안 말야.


 콩닥콩닥 심장이 너무 세차게 뛰어. 24시간. 숨을 가쁘게 쉬다보면 눈물이 핑 돌기도 해. 진정하려고 아무리 숨을 크게 쉬어도, 가슴을 토닥여봐도 괜찮아지지 않고. 남들은 살이 빠졌다고 하기도 해. 당연하지!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이 자리에 붙어있는데, 밥을 어떻게 잘 소화시키겠어. 입맛도 똑 떨어지는거야. 그럴 만큼의 불안.

 이런 말을 왜 그동안 안 했냐고 한다면, 네가 속상해할까봐서. 그리고 자책할까봐. 



몇 번은 분명 최선을 다해 넌 더 사랑해주면 되겠지, 할 거야.

 근데 내 불안이라는 건- 네 사랑이나 마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거거든?

내 불안의 저 아래에는 결국 내가 있어.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로 결심한 채찍을 능수능란하게 휘두르는 나. 그러니 이건 내가 상담선생님과 함께 구출해나가야 할 어떤 아이야. 그러니까, 나는 내 일주일의 나를 최선을 다해 지켜냈지 뭐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댁 내 방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데 글쎄, 나 여기 누워있는 게 너무 힘든거야.

 숨을 쉬는 게 너무 버겁고, 갑자기 눈물이 팍 쏟아질 것 같은거야. 여기 이 시간, 이 장소, 나로 끈덕지게 하나의 생명으로 일 분을 존재하는 게 막막해서, 난 까무룩 잠이 들어 정신을 놓아버리거나 이불을 걷어차고 찢어버리기도 하고 소리내서 통곡하고 싶었어.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그냥 버텼어. 내 숨 하나하나를.


또, 엄마가 연극을 보러 가자 해서 내키지 않는 몸으로 문화관에 들어갔거든? 앉자마자 망했다 싶더라고. 이 자리에 가만히 앉아 견딜 한 시간 사십 분이 소름이 돋을 만큼 고통스러워서. 답답해서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하지만 그 100분도 결국 버텨냈어.


일어나지도 않을 어떤 최악의 미래, 난 그게 너무 무서웠어.


내 무서움은 불안을 만들어 내 심장에 선물했고, 착실히 받은 내 심장이 열나게 일을 했지 뭐야.



그리고 오늘 널 만났지. 널 만나기 직전까지도 도망치고 싶었어. 너에게서, 나에게서, 이 모든 상황에서, 현실에서, 네 사랑에서, 내 사랑에서, 불안에서.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


왜 그렇잖아. 드라마나 책 보면 주인공 남자가 등장하는 순간 신기하리만치 그 사람 앞에서만 사라지는 모든 증상들. 그리하여 여자 주인공이 더욱 남자를 갈구하게 되는 그런 장면. 나에게는 그거 다 해당 없더라. 역시, 맞았어. 내 불안은 상대방이나 사랑에서 시작된 게 아닌거였어. 내 어떤 연약하고 말라 비틀어진, 나에게 학대받은 내 어떤 작은 조각이 쿡쿡 찔렀던 거야. 나를. 이제 이 상처도 좀 치유해 달라고. 그만 힘들고 싶다고.



너랑 24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을 함께했어. 같이 밥을 먹고, 카페에서 테이크아웃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어. 이런 불안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않고, 나는 ‘새로운 성격검사를 같이 해 보자'같은 말을 떠들었고 너는 웃었지. 내가 예쁘다고 해 주었어.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너무 소중하다는 듯이 자꾸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잖아. 이거 맛있어? 먼저 묻고, 여기 다친 곳 생겼네- 괜찮아? 알아봐주고. 그렇게 너와 하루를, 지금을 함께하고 너를 보내니 알게 됐어.



어라, 나 더 이상 불안하지 않네.



이상하지. 너에게서 시작된 불안이 아닌데- 네가 어떠한 치료를 한 걸까. 곰곰이 생각했거든? 내가 찾은 답은 이거야. 


10가지도 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오늘 내가 행복한 이유,
그리고 내가 그간 불안했던 이유인, 일어나지 않은 불행의 가능성. 



두 개를 저울질했고, 내 안의 내가 이건 너무 심했다- 하고 결론을 내렸던 거야. 당신, 무죄니 불안증세를 이만 가져가도록 하겠소, 하고. 내 불안은 어둑시니같더라. 두려워하면 두려워할수록 수렁에 빠져들지만 한 번 어쩌라고- 몰라 난 지금 좋아, 눈 감으면 살며시 스쳐지나가는 어둠.



난 오늘에서 단단히 뿌리내린 네 지금의 행복을 보고 감명받은거야.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기뻐하는 너. 눈을 가만히 맞추고 쳐다보면서 생각했어.

 이 사람은 내게 평생 흙이겠구나. 붕붕 떠올라가는 내 어떤 마음을 지금, 이 시간, 현재 바닥으로 발 붙여줄 흙. 



나는 내 불안을 껴안고 네게 있는 힘껏 닿았어.

그거, 생각보다 엄청 무섭고 막막한 어둠을 뚫고 나오는 일이다?


대단히 엄청난 거야.

그러니까, 나는, 너를, 무척,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고.



내 불안을 오늘의 행복으로 바꿔준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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