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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May 21. 2024

뭔가 잘못됐다, 눈 앞의 남자가 어제까지 내 것이었는데

(1) 남에게 뺏기기는 커녕, 손에 쥐어주고나서야 사랑을 알아챈 지무화

[짝사랑 연습 프로젝트 1]


뭔가 잘못됐어.
눈 앞의 상황도, 갑자기 아프기 시작한 내 심장도.


네 덕분이라며 맞잡은 손을 들어올리는 두 사람. 그 앞에 앉은 여자는 불과 어제까지 둘이 잘 좀 해보라는 상담을 눈 앞의 남자에게 건넸었지. 그 말에 용기를 얻었다며, 솔직히 제 맘을 전하겠다고 카페를 나서는 그를 붙잡았다. 그리고 네 머리스타일에 이쪽 가르마가 더 잘 어울린다는 훈수까지 뒀다.


[내가- 내가 어제 그렇게 어리석었다. ]


무화가 티 안나게 조용히 읊조린다. 어제 자신과 만났던 남자의 손을 꼭 붙잡은 단발의 귀여운 여자가 저를 보고 웃는다. 그리고 손을 살랑살랑 흔들며 하는 말.


“언니 덕분에 오빠 진심을 알았어요. 말을 어쩐지 갑자기 잘하더라고요. 그게 처음으로 멋있어 보여서! 그래서 OK 했어요. 너무 감사해요 언니. 언니도 이제 좋은 남자 소개시켜 드릴게요! 언니도 얼른 연애하셔야죠! 자기야, 그럴 거지?”


안다. 자신을 경계하는 어린 여자의 말투. 눈빛. 이제 제 것이니 쉽사리 만나지 말라는 은근한 압박. 처음으로 무화가 제 짝사랑을 알아차린 날은, 짝사랑남이 남의 남자친구가 된 시간. 꽤나 당황스러운 감정을 추스리지 못해 얼굴이 어그러진다. 그런 표정 변화를 모르는 눈 앞의 커플은 곧 데이트를 하겠다며 사라졌다. 하지만 찌르기 시작한 건, 무화의 심장. 콕콕 아린게 이상도 하지. 살짝 끝이 말아올려진 긴 머리 여자의 마음에 새겨진 어떤 감정은 제 머리칼마냥 맥아리 없이, 하지만 명백히 그녀를 향해 날이 서 있다.


그리하여 한 달 뒤, 무화가 다다른 곳은 바로


‘인구가족부 사랑결혼부서 기획, 짝사랑 연습 프로젝트’


충무로의 한 오래된 갈색문 앞 되시겠다.


[누구라도 좋으니, 날 사랑해 줘요.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사랑해 줄게요.]


갈색 문을 연다. 그리고 펼쳐지는 광경.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누구라도 좋으니, 날 사랑해 줘요.
누구라도 좋으니, 내가 사랑해 줄게요.


짝사랑 프로젝트의 기획 목표입니다.

마음이 허전하여 사랑의 연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오늘의 장난. 만우절의 고백 같은 달콤 쌉싸름한 헛헛함과 이상한 채움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진심으로 채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짝사랑 그만 하자고 상대방에게 외쳐보세요. 혹시 압니까. 그 사람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지.


from 인구가족부 사랑결혼부서 수석연구원 진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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