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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May 24. 2024

짝사랑 프로젝트? 사랑 결혼 부서 주무관조차 잘생겼다

(2) 짝사랑 프로젝트, 정부에서 무려 소개팅을 시켜준다니

[짝사랑 연습 프로젝트 2]

누구라도 좋으니, 날 사랑해 줘요.
아무라도 좋으니, 내가 사랑해 줄게요.

짝사랑 프로젝트의 기획 목표입니다. 마음이 허전하여 사랑의 연습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오늘의 장난. 만우절의 고백 같은 달콤 쌉싸름한 헛헛함과 이상한 채움을 경험해 보시겠습니까. 진심으로 채워지는 순간이 있다면, 짝사랑 그만 하자고 상대방에게 외쳐보세요.

 혹시 압니까.
그 사람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을지.




“아무나 걸리면 하는 얼마간의 커플 행세 같은 건가요? 일본 렌탈 남친, 여친 같은?”


“아- 그게 그렇게 또 설명하기엔 좀, 그런데요. 여기 오시기 전에 받은 링크 내용, 기억하시나요?”

아, 그거. 무화가 떠올린 링크는 하나가 아니었고, 그래서 다시금 물어야했다. 근데 나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지. 10분 전으로 도망치는 무화의 기억.

갈색 문을 열었더니 풍기는 진한 사무실 냄새에 무화가 눈썹을 씰룩거렸다. 인쇄된 종이, 타자 소리, 신경질이 약간 섞인 맥심 커피가 공기에 흩뿌려진 전형적인 회사의 분위기. 이게 정녕 사랑결혼부서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가진 로맨틱한 정부 부처란 말인가. […뭐 될 것도 안 되겠는데?] 무화가 눈을 굴리며 멈칫한 마음을 혼잣말로 내뱉은 새, 어떻게 오셨냐는 누군가의 인사가 있었다. 링크로 ‘짝사랑 프로젝트 신청’ 사전 예약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그 소리에 반색하며 그럼 이쪽으로 오시라며 웬 안경낀 남자가 자신을 안내했고, 생각보다 넓은 복도에 감탄하는 사이 은행 VIP실같은 독방에 앉게 되었다.



그나저나 눈 앞의 이 남자. 꽤나 호감형이다. 이 사람도 프로젝트 참여를 할까. 그럼 제 짝사랑 상대로 지정할 수도 있는 건가. 이렇게 훤칠한 남자에게 거짓이나마 사랑을 받는다면 꽤나 성공한 인생 같을텐데. 저를 보고 엉뚱한 감상에 젖느라 대답이 없는 걸 기억이 안난다는 대답으로 해석한 남자가 대부분 그렇다며 웃는다. 덧붙여지는 친절한 말투의 설명.

목소리도 적당히 낮고 단단한 게, 듣기 참 편하다. 공무원이라 그런가 안정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단정하니. 무화의 귀가 활짝 열린다.


“링크를 두 개 받으셨을 텐데요, 첫 번째 링크는 해당자이신지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공식적으로 연애나 사랑을 10개월 이상 하신 적이 없는 분들이 주 대상인 프로젝트잖아요? 무화님께서는 올해로 딱 10개월 되셨더라고요. 그리고 몇가지 기본 신상 정보 파악 및 희망하시는 사랑의 형태, 짝사랑의 주 용도를 알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여쭤본 건 두 번째 링크인데요, 이 짝사랑 프로젝트부의 출범 역사와 목표, 청사진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활용 안내가 적혀있습니다. 혹시 핸드폰을 다시 봐주시겠어요? 네, 거기서 두 번째 문자 거기 클릭하시면 언제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대부분 처음 오신 분들은 그걸 먼저 보시고 난 뒤에도 궁금한 점이 많으시더라고요. 제가 잠시 자리 비켜드릴테니 편히 보시겠어요? 저는 구체적인 신청서 들고 30분 뒤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편히 시간 가지세요.”

링크가 뜬 제 핸드폰을 멀거니 쳐다보는 여자의 마음이란,

[내가 미쳤지. 외로움에 미쳤거나, 고백도 못하고 차여버린 실연에 미쳤거나.]

그만큼 절박하고 순수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신청서를 들고 다시 주무관 김배람이 돌아왔을 때, 무화의 질문은 이것이었다.



“혹시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있을까요? 그건 싫어서요.”

걱정 마세요. 학력사항, 직장 등 기본적으로 적어주신 것들을 바탕으로 처음 보는 분들만 매칭되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했거든요. 최우수상을 받은 정책은, 그 이유가 있더라고요. 바로 실현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정책이랄까요? 저야 그런 것도 모르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해서 떨어졌지만요.”

신청서를 적기까지 한 시간이 꼬박 걸렸다. 생각 외로 구체적인 이상형을 적게 되어 있는지라 덕분에 심리테스트 하는 기분까지 들었던 무화다. 자신에게 어떤 성향의 사람을 좋아하는지, 사랑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하는지, 연락 스타일은 어떤지 등을 자세히 적다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나에게 이렇게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나. 누군가 내 사랑을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던고. 기억도 안 나는 아주 옛날 옛적 설화같은 일인데.

없어져버리기 직전의, 꽤 오랜 시간 휴업 상태인 제 마음의 사랑 부서에게도 일할 기회를 주고 싶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도착한 카카오톡 링크 두 개.

무화의 첫 매칭이 시작됐다.
그 시작은, 새벽 7시 30분의 메세지로부터.

“안녕하세요."


메세지 한 줄이 주는 기분이란, 참 좋은 거였구나.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에 무화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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