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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Jan 16. 2024

사랑하는 존재들의 아름다움

(8)사랑하는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여 - 일랑

나와 비슷한 나이지만, 먼저 결혼하여 임신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가 말하기를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일은 결혼이야. 

또렷한 눈길,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 나오는 단정한 웃음이 예뻤다. 그 순간- 참 사랑스럽다 생각했다. 파항항 웃으며 부끄러운지 살짝 빨개진 볼과, 그에 반대되는 명료한 말의 어투. 그건 사랑이었다.


부모님 댁에 내려갔다. 앞마당에서 아빠는 낚싯대를 손질하고, 엄마는 그 옆에 아빠를 보며 서 있다. 무언가 끊임없이 집중하는 아빠에게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엄마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사람에게 유일하게 웃어넘기며 자신의 일을 주저없이 그만할 수 있는 아빠도- 엄마에게 유일하게 자꾸만 장난 치며 말을 걸고 싶은 사람일 터. 신경질내는 것 같으면서도 결국에는 서로 웃어버리는 웃음이, 청춘이다. 그리고 삶의 청춘이 가득한 순간을, 나는 사랑이라고 명명한다. 



사랑은, 삶에 은은한 향을 가득 품은 디퓨저를 하나 놓는 일. 뜨거워 속절없이 끌렸던 순간이 지나도- 끊임 없이 비워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지켜내는 향기 같은 것. 그리하여 나에게 언제나 솔직해야만 하는 표현의 마음. 



그럼에도 세상을 사랑하여, 사람을 사랑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나를 사랑하고. 
-후회 없는 사랑이라는 건, 참 상쾌하구나.

인생 처음으로 나의 삶을 사랑하고 있어, 나는 다가가고 다가오는 모든 순간이 후련해졌다.


집에서 보는 하늘이 제일 예뻐 네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는 엄마가 내 팔을 끈다. 함께 눈부신 하늘을 쳐다보았다. 나는 여전히 아름다운 것에 면역이 약해, 눈을 내리깔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엄마 옆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게 내가 표현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기에. 몇 초간 하늘을 보더니- 엄마가 바깥 날씨가 참 춥지? 하며 꼬옥 안아주었다. 나는 말했다.


-아니, 괜찮아. 하늘이 참 예쁘네. 겨울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낚싯대를 길게 늘이고 이건 15년이나 되었다며 자랑하는 아빠가 왠지- 나를 결국 집 안에 집어넣고 아빠 곁을 떠나지 않는 엄마가 왠지- 예쁘다. 그리하여 나도 예쁜 존재가 된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사람들은 모두 예쁘다.

나는 오늘도 명료하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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