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애정결핍이 아닌, 사랑이 많은 나를 어느 날 사랑하여 - 일랑
나는 그저 사랑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애정결핍이 아니라.
나를 괴롭히는 건 언제나 나였다. 사랑, 마음, 감정에 있어서 특히 더.
'너, 진짜 아픈 것 맞아? 마음이 아픈 애 치고는 들려오는 말들이 심심치 않던데?'
그게, 뭐?
[언니는 애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라서 참 좋아. 나를 이만큼 사랑해주는 게 느껴져서 좋아.]라고.
[일랑이는 그간 함께하며 비타민 같은 존재였달까. 우리 팀에 활력이 되어주었어. 늘 밝은 얼굴로 분위기를 띄워줘서 고마워.]
[일랑아, 너는 늘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하는구나. 주저 없이 네 마음과 사랑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게 난 멋지다고 생각해. 자존감 없으면 못할 것 같거든. 나라면- 그렇게 자신 있게 날 사랑해달라는 말이라던가 네가 마음에 든다, 착하다, 예쁘다는 말 같은 거 쉽게 못할 것 같아.]
-너, 밝아서, 사랑을 표현할 줄 알아서, 맑아서, 칭찬을 잘 해서, 잘 다가가서,
대단해.
"어딜, 그런 칭찬 받았다고 기분 좋으면 안 돼지! 넌 좀 조용해질 필요가 있어. 다 네가 시끄럽고 나댄다고 하는 말이잖아. 그러니 너 저 칭찬 진짜로 듣고 방방 뛰면 안 된다?"
나는 애정결핍이 아니라
그냥 사랑이 많은 사람이 맞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통제꾼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던 거다.
[나 괜찮아. 네가 그동안 나를 지키려고 애써 준 거 알아. 고마워. 덕분에 이 나이 되도록 위험한 일 겪지 않고 잘 살았어. 안전했거든. 네가 만든 마음의 집이.
근데 말야- 나 이제 그 마음의 집 필요 없어. 그 안은 너무, 어두워.
나 아파도 돼. 나 다쳐도 돼. 사랑 표현한 거 안 돌려받아도 돼. 안전하지 않아도 돼. 다칠게. 그리고 상처에서 회복하는 법을 천천히 배울게. 그러니까- 나 이제 원래 많은 사랑을 갖고 태어난, 사랑의 그릇이 무척 가득차게 큰 사람이라는 거 알게 해주라.]
[너 진짜, 상처받고 아파도 괜찮겠어?]
응. 나 진짜 괜찮겠어. 안괜찮으면 그 때 와서, 네가 호되게 나 회초리로 치던 것처럼 다른 사람 앞에 대고 욕해줘. 그 사람이 정말 별로인 거라고. 나 네 옆에 기대어 후엥 하고 소리 내어 크게 울게.
그래 줄거지?
응. 그렇게 할게.
너도, 고생 많았어.
너도. 너도 힘들었겠다. 말해줘서 고마워.
갑자기 생각하게 됐다.
나는 역시,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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