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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화랑 Jan 29. 2024

내 삶에 들어오고 싶은, 당신에게

(14) 사랑의 시작에 망설이는 나를 사랑하여 - 일랑

안쓰러운 사람을 보면 안아주고 싶다. 그게 내 사랑의 시작이 될까.


말을 걸고 싶은 눈동자가 있다. 가여운 책임감에 짓눌린 찰나의 눈길을, 나는 외면하지 못한다. 저렇게 날 알아달라고, 안아달라고 애쓰는 외로움을 다른 사람들은 알면서 모르는척하는 걸까, 나만 알아채는 걸까. 내가 미련해서 그들에게 손을 뻗는 걸까. 내가 손을 뻗는다고 이 사람들의 시린 현실이 나아질까, 그럼 나는 그 사람들에게서 무얼 얻고자 하는 걸까.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연민'이라고 부르는 건 아닐까- 이게 사랑이 되어도 되는 걸까. 내게 이롭고, 내가 원하던 사랑이 이게 맞나.


어느 날의 나 같아서, 쓰다듬어 주고 싶은데- 우정이라고 포장하려는 관계를 깨부수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 속에 억눌린 사랑을 어디로 내뱉을지 모르는 불안정함, 그래서 그 모든 응축된 감정을 연인에게만 쏟으리라 다짐했던 누군가의 삶에 내가 너무 쉽게 들어선 탓일까. 앗 뜨거워라 하며 늘 움츠리며 도망치는 나를 꼼짝 못하게 하는 것 또한, 그 열기다. 산뜻하고 점차 깊어지는 게 사랑이라고 정의한 주제에 난 뭘 또 그렇게 스스로를 양보하고 싶은지. 내 사랑이 불건강한 데에는 내가 그런 걸 찾기 때문이기도 한가 보다, 자책에 빠진 지난 며칠. 그리고 오늘, 단장된 마음.



 내가 주저하는 만큼, 기다려 주어야지. 나는 대단하고 아름다운, 특별한 영혼이니까.
난 그저 내 몫의 삶을 살아내는데도, ‘좋은 사람'이라며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사람들 속에 둘러쌓인 사람이니까.


나를 제 삶 속에 넣고 싶다면, 누가 먼저 다가왔던간에, 원하는 형태가 되어줄지 말지 고민하는 내 손을 힘 주어 잡아서는 안 되는 거야. 그럼 난 달아날거야. 날 갈아넣기에는 날 사랑하는 세상이 이렇게나 따뜻한 걸. 사랑은 나 혼자 참아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거든.


아직 너, 부족해. 내가 느끼기엔 그래.  

연인이라는 역할적 위치에 매몰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내게 넌, 아직 가벼워. 네 외로움과 사랑을 채우는 건, 나 하나의 희생은 아닐 거야. 은은하게 뿜어지는 내 긍정적인 순간의 결단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씩 흔들리는 의외의 연약함, 생각 외로 단정한 가치관 속에 놓인 내 인생의 빛일 거야. 속절 없이 끌리기에, 아직 난 널 잘 모르겠어. 넌 날 알아? 알고 싶기는 해? 난 또 다시 비뚤어진 눈으로 사랑할 수 없어. 그러고 싶지 않거든. 그런 시간은 불쾌하니까. 나는 나를 사랑해서, 불쾌한 순간에 날 놓지 않을 거야. 좋은 경험이었다며 손 탈탈 털 정도로 결단력 있는 거, 그래서 멋진 거, 그게 나야.



대신, 도망치지는 않을게.

솔직함도 배려라고 생각해. 나를 다 보여주었다며 혼자만 마음 편해 하지 말렴. 네 솔직함에 맞설 내 태도는, 관용과 포용이 아니라 마찬가지의 솔직함일테니까. 그렇게 서로의 배려가 어떨지- 같은 결일지, 혹은 다른 결이지만 품어줄 만큼의 감정인지. 우리 견주어 보자.



그 때까지만, 나 좀 미안하지만 널 내 선 밖으로 정중히 밀게.
그러니 좀 더 기다려 줘.
달려오지 말고,
걸어와 줘.


싫으면

말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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