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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ul illang Mar 04. 2024

오늘 기분 좋아도 돼? 내가 물었고 내가 대답했다.

(23) 오늘의 기분이 따스한, 나의 월요일을 사랑하여 - 일랑

오늘 기분 좋아도 돼?

나는 물었고 내가 답했다.



그래도 돼.

이유 없이 하늘이 예쁜 날이 있다. 사람들이 그렇게나 싫어한다는 월요일 아침인데도 선뜻 눈이 떠졌다. 계란후라이 두 개 중 하나를 반만 먹고 남겨놓았는데도, 배가 불렀고. 출근 버스에 사람이 웬걸- 평소보다 북적였다. 지정석처럼 앉던 맨 뒤 창가자리에 못 앉았다. 그랬더니 오늘따라 웬일로 따가우리만치 비추는 햇살을 피했네. 신통방통하다.



새로이 만나는 얼굴들이 귀여워서, 시작하는 자들의 긴장이 간지러울만큼 예뻐서 웃었다. 그랬더니 날 쳐다보고 가만히 눈을 맞추며 웃어주었다. 오랜만에 만난 자들은 반갑다며 스럼없이 내게 안겨왔다. 나도 같이 꼭 안아주었다. 폭 담기는 온기가 따뜻했다.



동료가 메신저로 아프다고 하기에 무슨 일이냐며 물으러 갔다. 괜찮냐며 도라지차를 건넸다. 그녀는 젊은 애가 이런 걸 잘도 챙겨먹네- 농담하며 내게 물었다.


“어때, 오늘? 좋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랬더니 아픈 본인 머리를 붙잡고 힘없이 웃으며 내게 하시는 말씀.


“그래, 그렇게 좀 웃어라 늘. 얼마나 예뻐. 난 네가 늘 그렇게 웃었으면 좋겠어. 올 1년.”


점심 식사 하러 구내 식당. 얼른 오라 보채는 사람들. 나와 얘기를 나누다 줄을 놓칠 뻔한 누군가들. 그리고 오늘 어땠다는 감상까지 야무지게 털어놓는 이들. 매일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 내 옆에 앉았고, 그 자리에 자기가 앉고 싶었다며 부러워했다. 내 곁에서 밥을 먹는 게 좋은가봐. 카레를 싫어한다. 같이 나온 젤리도 무척 싫다. 하지만 끝까지 다 먹었다. 뭐, 오늘은 그러고 싶더라고.



정신 없이 일하고 퇴근길.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 마라탕을 생각해냈다. 달랑달랑 포장된 봉지를 손에 들었다. 가뿐하게 걸어 집에 왔고. 오자마자 배고파서 얼른 꺼내먹었다. 욕심내서 많이 담았나 싶었는데, 다 먹었다. 하루가 꽤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바로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떠올랐다.


-노래 없이 청소 싫어하는데, 오늘은 왜 필요가 없지?


금세 알았다. 마음 속이 노래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흥얼거리는 조용한 노래는- 귀 대신 다른 곳이 듣는 것. 음표가 둥둥 떠다니는 몸이다. 깨끗해진 화장실을 뒤로 한 채 나왔다. 화장실에게서 이긴 기분이야. 락스를 든 늠름한 장군 같은걸!



어제까지 새침하고 무력한 사람이었는데 왜 오늘은 기분이 좋아졌을까.


옛날에는 ‘왜'가 그렇게 중요했다. 그래서, 그러므로, 그런 이유로 같은 말이 필요했다. 내 기분은, 나의 하루는.
오늘은 ‘왜'가 필요없다. 알고 싶지 않다. 이미 충분히 아는 것 같기도 하다.


어제의 내가 묻겠다.

[그렇게 우울하다고 난리부르스를 치더니, 이렇게 금세 괜찮아질 거였어? 네 행복이 진짜인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 그거 가짜면 너 지금 무언가 회피 중이라는 뜻이야.]



오늘의 내가 답하기를


[조용히 해. 눈치도 없니, 너는?]



나는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이기에 눈치를 보기로 했다.

내 눈치, 오늘의 눈치.


그러니까 오늘은- 그래서, 그러므로, 그런 이유로, 그냥. 그냥 기분이 좋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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