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스스로를 버리지 않기로 하는 다짐을 사랑하여 - 일랑
그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
위로도, 힐난도, 조언도.
그 어떤 마음도 받고 싶지 않다.
동정도, 분노도, 관심도.
나를 다시 둥글둥글하게 다듬어 주세요.
깎지 말고, 여기저기 상처내지 말고, 그저 쓰다듬어만 주세요.
[또 다시 우는 방법을 잊었네요. 여기서는, 안 그래도 괜찮아요.
억지로 웃지 않아도 괜찮아. 웃으려고 힘주어 올리는 모습이, 그게 너무 슬픈 걸요.
그래서 걱정돼요. 이건, 슬픈 일이니까요.]
[울어도, 제가 여기서 울면, 이 문을 못 나갈까봐 무서워서요. 저 울어도- 집에 갈 힘이 남아 있을까요?]
껴안기도 벅찬 아픔, 나는 또 나여서 겪어내야만 하는 건가. 내가 뭐라고. 나만. 왜 맨날 나만. 다른 사람들은 잘만 살아가던데. 내가 세상에 뭘 잘못했길래. 얼마나 무슨 행동을, 더 했어야 하는 거야. 만약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더라면, 나를 더 지킬 줄 알았더라면, …내가 나이지 않았더라면, 그랬다면,
[그건 그냥 벌어진 일이에요. 그냥, 벌어진 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그리고, 살아줘서 고마워요. 여기까지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얘기해줘서 고마워요.]
그래요 선생님? 이런 저라도, 살아도 괜찮아요?저는 제가 삶에, 이미 어떤 선을 넘어버린 것만 같아요. 삶은 늘 예상치도 못한 일이 일어나고, 나는 그냥 겪어내야만 했는데, 근데 다 겪어내고 나면 늘 나만 더럽혀진 기분이야.
삶은 또 다시 살아지는 것이고- 나는 또 다시 오늘을 살아내고 싶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본 꽃이 참 예뻐서.
언젠가 오늘의 나조차 껴안으려고.
내가 맞이할 나를 사랑하려고.
오늘의 나를 내치지 않기로 했다.
불행한 일을 겪을 때 가장 쉬운 일은, 나를 버리는 일이었다.
그게 가장 탓하기도 쉽고, 원인을 찾기 빨랐으니까.
이제, 나를 버리지 않기로 했다. 꼭 챙겨서 나를 삶 속에 다시 놓기로 했다.
불행한 일은 불행한 일로, 슬픔으로 감싸보기로 했다.
승화시키던 불태워버리던 그 무엇이든지- 일단 나로 살아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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