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만드는 법을 알려줘!
한국 올 때쯤 되니 김치 담그기가 귀찮아서 사 먹으리라 다짐했어요. 하지만 김치 가격을 보고 망설임 없이 배추를 사 왔습니다. 이제 거의 눈감고도 김치를 담그는 수준이 되어 후루룩 담았어요. 남편은 "미국 가면 김치 뭐 얼마나 먹겠어? 사 먹지 뭐." 했었으나 한국에서보다 김치를 더 먹었지요? 외국 생활은 뭔가 허전한데 그걸 우리네 음식으로 채워야만 살아지는 것 같았어요.
김치를 담그는 날이면 보통 1/4쪽을 일본엄마한테 나눠줬어요. 한국 음식을 너무나 좋아했거든요. 일본아빠는 매운 걸 먹으면 배탈 난다고 해서 "먹지 마세요, 마늘, 고춧가루 들어가서 매워요!!!" 했더니 "우유랑 먹을 거예요." 합니다. 제가 나눠주는 한국 음식 정말 맛있다면서 일본 엄마는 이렇게까지 말했어요. ㅎㅎ
나 한국 사람인가 봐.
한국 음식 진짜 너무 맛있어!
에이 진짜!!! ㅋㅋㅋㅋㅋ 이건 좀 과하잖아요? ㅋㅋㅋ "너는 캘리포니아 사람이야!!!" 했더니 빵 터졌습니다. 쾌활하고 발랄한 일본 엄마, 생각만 해도 귀여움이 피어납니다.

일본 아빠는 칼텍 연구실에 교환교수로 와 있는데, 같은 연구실 미국 학생이 김치를 좋아한다고 했대요. 그래서 김치 잘 담그는 사람을 안다, 우리 앞집 사는 그 한국사람 김치가 맛있다 했대요 ㅎㅎ
김치 레시피가 궁금하대.
나도 궁금해!!!
알려줘!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김치 맛이 나는 레시피, 후루룩 담아도 맛이 괜찮은 저만의 레시피를 적었습니다. 미국 학생이 잠시 저희 집에 와서 전해주고 김치도 한 포기 건네주었어요. ^^
일본 엄마는 정말 김치를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 "나 김치 담글래! 배추랑 액젓이랑 고춧가루랑 다 사 왔어. 도와줘!" 합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쾌활한 목소리,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일본 가서도 김치 만들어 먹을 거라며 많이 연습하고 싶다고 덧붙였어요.
저녁 먹고 늦은 밤, 배추에 소금 뿌리는 걸 도와주고, 양념을 같이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새벽, "배추 뒤집어! 사진도 하나 보내줘!"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에 온 사진이 심상치 않습니다. 배추가 너무 폭삭 절여진 것 같았어요! 짠 김치가 되겠다 싶어서 얼른 일본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김치를 전수해 준다고 해놓고 망칠 순 없으니까요! 잠옷 바람으로 달려간 저, 잠옷 바람으로 문 여는 일본 엄마 ㅎㅎㅎ 동시에 폭소하고 "배추!!!" 하며 내 집 부엌에 들어가듯 달려들어가서 배추를 구했습니다.
일본 엄마가 만든 우리 김치, 남편은 그게 더 맛있다고 했어요. 아하하하하. 스승을 뛰어넘는 학생! 아주 보람찼습니다. 아직도 종종 연락이 옵니다. "김치 담글까? 한국에 놀러 갈까?" 하고요 ^^;
K-컬처에서 빠트릴 수 없는 음식, 간단한 김치 레시피가 더 많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