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배추김치를 담가본 적이 없어요. 시댁에서 양념 비벼 본 것이 다였지요. 안 매운 물김치는 애들이 잘 먹어서 자주 만들었는데 빨간 고춧가루가 가득한 배추김치는 도전할 엄두도 낼 수 없었지요. 하지만 뭐든 하게 되어 있습니다. 비싼 물가에 먹고살려면 어떻게 해서든 돈을 아껴야 합니다! 배추김치 한 포기가 들어있는 것이 15달러였는데 배추 한 통은 6-7달러. 담거야죠! 암요 그래야죠!
Napa Cabbage가 한국 배추와 똑같았어요. 우리나라 김장철 따라 배추도 세일하더라고요. 파운드당(0.5kg) 76 센트면 배추 한 통에 6-7달러, 쪽파는 Green Onion, 가격은 세일할 때 25센트부터 99센트까지 오르락내리락합니다.
배추를 잘라서 소금 내키는 대로 팍팍치고, 언제 쪼그라들래~~~ 하면서 양념을 만들었어요. 고춧가루 양념을 해본 적이 없어서 여기서부터는 좀 긴장이 되었습니다. 밀가루가 없어서 부침가루로 풀을 쑤고 냄비밥도 했어요.
양파, 사과, 친정엄마가 주신 씨 뺀 매실, 밥, 마늘, 새우젓 넣고 물 좀 넣고 갈았어요. 고춧가루 넣어가며 걸쭉해지는 정도를 보고 한국에서 가져온 멸치 육수링 하나 뜨거운 물에 녹여서 넣고, 멸치 액젓을 넣었어요. 간 보면서 좀 더 넣고 더 넣고~~~ 그렇게 양념을 만들고 있으니 큰 애가 와서 "할머니집에서 김치 만들 때 나던 냄새가 나!" 해요. 제대로 되고 있긴 한가 봅니다.
양념도 다 됐는데 배추는 여전히 팔팔하고 뭘 할까 하다가 무를 썰어서 양념에 비볐어요. 순식간에 깍두기가 되었습니다. 여기 무는 마치 콜라비처럼 달았어요. 매워서 한동안 두었다가 먹어야 되나 보다 했는데 바로 먹어도 맛있었어요.
처음 담아보는 김치, 배추 물이 빠지도록 기다려야 하는데 어서 만들고 싶어서 세 시간 만에 양념을 비볐어요. 애들은 김치 비비기가 재밌다며 신났구요.
엄마 맛있어! 우리 김치 팔러 가자!

참기름, 깨소금 솔솔 뿌려 먹으니 얼마나 맛있었는지 몰라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김치통은 배추 물로 가득 차버렸어요 ㅎㅎㅎ 소금에 제대로 절이고 기다리기가 김치 만들기의 가장 기본임을 깨달았어요. 두 번째 담글 때부터는 약 10시간, 중간중간 배추를 살피는 정성을 곁들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