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대 피자, 그리말디 피자집
뉴욕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뉴욕 3대 피자를 검색해 봤으리라. 뉴욕 3대 피자는 오븐에 굽는 뉴욕 정통 스타일의 수프림 피자가 유명한 조스 피자 (Joe’s pizza), 화덕에 굽는 그리말디 피자(Grimaldi’s Pizza), 그리고 백종원 씨가 방문한 것으로도 알려진 줄리아나스 피자(Juliana’s Pizza)가 있다.
남편과 연애시절 뉴욕 여행을 함께 한 적이 있다. 뉴욕 여행을 갔으니 나도 그중 하나를 맛보고자 했다. 내가 고른 피자집은 브루클린에 있는 그리말디 피자집. 브루클린에 가는 방법은 다리를 직접 건너가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조금 더 낭만 있게 맨해튼에서 배를 타고 브루클린으로 넘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는 페리 선착장으로 갔다. 겨울이라 춥기도 하고 바람도 많이 불어 가는 내내 남편은 엄청 불만을 쏟아냈다.
“피자가 거기서 거기지. 날씨도 춥고 꼭 배를 타고 가서 굳이 굳이 먹어야겠어?”
그렇게 남편은 투덜대며 구글리뷰를 찾아보았다.
“여기 평점도 별로 안 좋은데 도대체 왜 가겠다는 거야? 맨해튼에 맛있는데 많은데 거기 보다 평점 훨씬 좋은 곳도 여기 많잖아. 한국 사람들 원래 3대~ 뭐 이런 거 붙이는 거 엄청 좋아해. 피자가 다 피자지”
“아 그래? 이상하다. 평점이 낮을 리가 없는데... 여기 엄청 유명하단 말이야”
‘그리말디 피자 집 바로 옆 줄리아나 피자집이 인기가 많아서 그런가? 그래도 브루클린에서 가장 맛있는 집 중에 하나인데 왜 별점이 낫지?’ 속으로 의아해하며 그렇게 예비 남편을 끌고 피자집에 갔다.
다행히 대기 줄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화덕이 보이고 분주한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앉자마자 몇 분 안 되어 자리가 다 차더니 이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거봐, 저기 줄 서는 거 보이지? 여기 배달도 안 하고 예약도 안 받아. 줄 금방 길어지잖아. 우리가 시간 잘 맞춰 온 거야”
줄 선 사람들을 보고 내심 나는 안심이 되어 남편에게 말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피자 두 개를 주문했다.
마가리따 피자와 화이트피자. 드디어 피자가 나왔다. 피자를 맛본다. 남편의 표정이 밝아진다.
“엇?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3대 피자라 할만한데.. 화덕에 갓 구워져서 나와서 그런지 불향도 있다”
남편은 인생피자라며 불평을 터트린 것이 부끄러웠던지 멋젓게 웃는다. 그리고 다시 구글 평점을 들여다본다.
“아~, 맛에 대한 평은 다 좋아. 그런데 서비스가 별로라고 쓰여있는 리뷰가 별점이 낫네. 하나 아니면 두 개야”
그러고 보니 여긴 모두 일회용품을 쓰고 점원들도 너무 바빠서 거의 날아다닌다. (심지어 우리가 갔을 때는 현금만 받았다.)
“일회용 천국 미국인데 이 정도면 양호하지. 너무 바쁜데 일회용 써야지 안 그러면 저렇게 줄 서는 사람들 감당이 안될 것 같은데..”
“우리 서버 아저씨도 이 정도면 그냥 미국 아저씨인데”
한국에도 맛집으로 소문나면 줄 서는 거 당연하고, 바쁜 점심시간이니 이 정도면 애교라고 생각되었다.
그때 우리 옆 자리에 앉은 프랑스 여자 아이들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이게 모야? 일회용 접시야? 일회용? “ 그녀들의 표정이 일그러지며 음료를 시킨다. 불안하다. 종업원은 캔음료와 일회용 컵을 탁자 위에 놓는다. 그녀들은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종업원을 다시 쳐다본다. 그러자 시크한 종업원은 손으로 캔을 쓰윽 한번 더 그녀들 쪽으로 민다. 그녀들은 완전 잘못 왔다는 표정이다.
남편과 나는 평점을 1-2점 준 사람들의 이름을 다시 보았다. 가브리엘, 루이즈, 안나, 아폴로, 알베르토... 구글 평점이 이해가 된다. 커피 한잔도 따뜻하게 일회용 컵 아닌 머그잔에 앉아서 여유롭게 마시고, 식사는 천천히 분위기를 즐기며 예절을 중시 여기는 사람들. 그들은 식당을 고를 때 맛도 중요하지만 서비스와 분위기도 중요한 유럽인들이었다. 아마도 그녀들은 고급까지는 아니어도 고국의 레스토랑을 생각하며 왔으리라.
프랑스 그녀들 덕분에 남편과 나는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한국 사람들이 남긴 평점은 다 좋아. 맛있고 빨라서 좋대” 남편은 그제야 남들이 남긴 구글 별점만 보고 판단한 자신이 성급했다고 했다.
좋은 식당을 선택하고 평가하는 데에 각자 나름대로 기준이 있다. 어떤 이는 맛을, 어떤 이는 서비스를, 어떤 이는 분위기를 최고의 가치로 꼽는다. 누군가에게 최고로 좋은 것이 누군가에게는 아쉬울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부호 중 하나인 워런버핏이 가장 자주 가는 식당은 맥도널드로 알려져 있다. 여전히 검소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고 그의 가장 큰 투자 중 하나인 코카콜라를 홍보하기 위함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건 그의 기준으로 고른 곳은 맥도널드이다. 중요한 것은 각자 자신의 확고한 기준과 가치를 알고 선택하느냐가 아닐까.
그리말디는 맛과 스피드를 중시 여기는 우리들에겐 최고의 식당이었지만 어떤 관광객들에게는 아쉬운 서비스의 식당일 수 있다. 일부 낮은 별점을 준 관광객이 있음에도 지금 그리말디 피자가게는 더 유명해져서 브루클린 본점 외에도 퀸즈, 맨해튼 등에 분점을 열었다. 그들은 여전히 손님이 오면 바로 화덕에 피자를 굽기 시작한다. 그들의 기준과 가치인 신선한 맛으로 손님들을 응대한다. 그리말디도 스스로의 가치와 기준으로 흔들리지 않고 맛의 승부를 걸어 최고의 피자가게를 만든 것이다.
이 작은 일로 남편과 나는 각자의 기준과 서로의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전히 우리 부부는 어딘가를 갈 때 구글 평점을 살펴볼 때가 있지만 별점만 보지는 않는다. 목적에 맞는 우리의 기준에 따라 꼼꼼히 리뷰를 보고 고른다. 작은 선택이라도 우리의 기준에 맞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의 선택을 신뢰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오늘도 자신의 경험을 정성스럽게 올려주는 구글 리뷰어들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