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주연 May 07. 2024

반려견 양육시대-6화. 발가락 꼬순내를 아십니까!

#6 – 우리 가족입니다!

6화. 발가락 꼬순내를 아십니까!

#6 – 우린  가족입니다!     

개를 키운다는 것, 나의 즐거움 때문이 아니라 마음의 위안과 행복을 위한 것.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알고 있다. 5화의 내용 중 ‘개춘기’는 보호자로서 정말 내가 잘 선택한 것인가 할 정도로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그래 ‘우린 역시 함께여야 해!’ 하며 무릎을 탁! 치게 할 시기이다.

반려견이 우리 집에 와서 나와 함께 한 시간이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 정도 되었을 이 시기는 반려견의 리즈시절이고 우리 관계의 리즈시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람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겠다. 친구 사이, 연인 사이에도 2년 정도가 되면 서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잘 통하고 추억도 제법 쌓이고 할 이야기가 많을 시기이다.

 우리 반려견과 나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익숙하고 서로의 생활, 패턴도 파악하고 나의 기분과 마음도 모두 공감하고 느낄 수 있는 시기이다.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말을 알 수 있는 때가 드디어 왔다.

 여기서 잠깐! 개를 키우는 거지 무슨 소통? 무슨 추억! 하시는 분들!

잠시 열린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하고 싶다.




 나는 반려견 미용사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도 이들의 리즈시절을 느끼고 기억하고 있다. 개춘기 시기를 겪고 이후에 신뢰가 잘 형성되어 미용을 힘들다 느끼지 않고  강아지 친구들 역시 목욕하고 빗질하고 예뻐지는 과정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목욕할 때가 되면 가려워하고 불편해 하는 것을 표현한다.

"얘가 긁어서 보니까 날짜가 지났더라고요~" 하며 이야기 하시는 보호자분들이 90%!

나에게 그걸 어떻게 아느냐 묻고 따진다면?

나의 강아지 친구들과 에피소드를 조만간 이야기보따리로 풀어보겠다고 약속한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미용사인 나도 이렇게 느끼는데 보호자는 어떨까?


이젠 우리 프린이는 집에서 배변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 배변패드에 하고 쉬가 마려우면 산책을 나가자고 문을 긁기도 한다. 어떤 친구는 외출이 필요할 때 하네스를 물고 보호자 무릎에 툭! 던져놓기도 한다. 또, 우리 봉봉이는 산책을 못나가는 날이면 장마철이나 눈이 오는 등의 날씨가 비협조적이어서 외출이 어려울 땐 눈꼬리가 위로 올라가고 째려본다. 이 친구들도 성향마다 표현하는 방법이 다 다르다. 동정심에 호소하며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제발 나가자....나도 좀 나가자...' 하는 친구들도 있다. 출, 퇴근하는 보호자를 아주 애잔하게 쳐다보는데 그럴 땐 개모차에 태우고 실내 산책이라도 나가줘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고 모른 척할 경우! 이불에 쉬를 해서 이불빨래를 해야할 것이다. 이 친구들과 나와의 끈끈함이 느껴지는 것은 산책뿐만이 아니다.

'간식을 주세요. 머리를 만저주세요. 배를 긁어주세요~~ 안아주세요~~~목이 말라요. 배가 고파요...'

반려견 양육 2년이면 이정도 쯤이야~!


반려견미용사로 강아지 친구들과 오랜기간 만나다보면 보호자도 알지 못하는 우리만의 시그널이 있다.

가려워서 긁는 친구들도 있지만 목욕할 때 뜨끈함과 게운함을 즐기는 친구들도 있다. 목욕주기가 지나가면 욕조에서 샤워기에 몸을 밀착시키기도 하고 발바닥이 미끄럽다거나 눈주변 털이 길다고 불편해해서 급하게 다듬어주면 표정이 달라진다.

어떤 친구는 샤워기를 틀면 얼굴을 마주 보고 앉거나 미용을 할 때 왼쪽 커트를 마치면 오른쪽으로 몸을 움직여 자세를 바꿔주기도 한다. 그래서 나를 만나서 미용하는 친구들에게 미용실은 쉬다 가는 공간이 되었다.

우리서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이 친구들과 느끼는 교감이 지금까지 이야기였다면 이건 사람이 이 친구들에게 빠져들 수 밖에 없는 한가지를 집고 넘어가야겠다.

강아지 친구들마다 특유의 채취가 있다. 이걸 채취라고 표현하기보다 우리만 아는 ‘꼬순내’ 라고 말하겠다. 발, 얼굴, 귀에서 꼬순내가 난다. 이건 불변의 법칙이다. 이 냄새를 느끼기 시작하면 우린 이들에게 빠졌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꼬순내도 강아지 친구들마다 조금씩 결이 다를 수 있더라.. 많은 강아지들 봤지만 조금씩 꼬순내의 차이는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그 중독성은 비슷한 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꼬순내는 장소불문, 상황불문이라는 것이다. 우리 강아지 친구가 내곁에 있을 때가 아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또는 혼자 산책하다가.. 등등 시드때도 없다.

이때쯤이면 우린 이 친구들에게 빠져들었다고 할 수 있다.

잠깐 나의 히스토리를 이야기 하자면..

지금 내 곁에 없지만 나의 첫 반려견 ‘앵두’의 꼬순내가 아직도 그립고 내 코끝에서 느껴질 때가 있다. 보고 싶다. 나의 앵두.


앵두: 저기 내 간식있는거 알아!! 간식줘!!!


실제로 이 꼬순내는 목욕시기가 다가왔음을 알리는 냄새지만 가끔 목욕시키고 냄새가 사라지면 서운하기도 하다. 잠이 안 올 때 발냄새 한번 맡고 눈을 감으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익숙함과 원활한 소통과 우리의 추억이 막 쌓이기 시작하는 이 시기를 우리 모두의 리즈시절이라고 생각한다. 미용을 하러 오는 친구들을 2~3년 정도 만나다 보면 이런 익숙함이 우리에게 쌓이고 나의 반려견과도 마찬가지였다. 왠지 말할 것 같고 지금 무엇을 해도 우리 케미가 너무 잘 맞아!


한 가지 중요한 것 지금이 강아지친구들에게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익숙함에 소홀하지 말 것, 애잔함과 친근함으로 음식, 간식 나눠 먹지 않기, 이젠 애기 아니니까 산책 좀 덜 나가도 되겠지? 이런 생각 당장 날려버리길! 어렸을 때 배웠던 산책, 외부활동, 식습관, 목욕관리, 미용주기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지켜져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우리가 앞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한 반려견 양육시대가 될 것이다.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리 강아지 꼬순내 한번 맡고 갑시다!

아침 꼬순내 맡다가 한컷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