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가 아닌 소통: 눈빛과 몸짓으로 느끼다
언어가 아닌 소통: 눈빛과 몸짓으로 느끼다
중학생 때부터 저는 반려견을 키우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개를 집 안에서 키운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는 부모님의 반대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제가 성인이 되어 반려견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을 때, 가족의 동의를 얻어 첫 반려견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강아지가 집에 왔을 때, 아무 곳에서나 대소변을 보고, 얼굴과 옷에 털이 묻고, 밤에 소리가 나면 짖기도 했습니다. 어린 강아지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지만, 저는 마치 실수를 한 것처럼 얼굴이 붉어지고 민망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직장 생활과 외출이 잦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와 강아지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강아지는 무럭무럭 자랐고, 처음에는 제 옆에서만 자던 아이가 어느새 엄마 곁에서 잠들기 시작했죠. 서운한 마음도 들었지만, 반대하던 부모님께서 이제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현관문을 열었을 때, 엄마가 누군가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배고프지~ 밥 먹자~ 고구마 먹어볼까? 뭐 줄까?"
“...”
“아이고~ 물이 없구나. 언니가 언제 오나 냄새 한 번 맡아볼까?”
엄마는 혼잣말을 하는 듯했지만, 자세히 보니 강아지를 향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밥그릇을 바라보는 강아지를 보고 배가 고픈 것을 알아채고, 식탁을 향해 킁킁거리는 모습을 보며 고구마가 먹고 싶은지를 묻는 것이었죠. 엄마와 강아지는 말없이 눈빛과 몸짓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대화하고 있었습니다.
'개가 뭘 알겠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물론 사람처럼 언어적 대화를 할 수는 없지만, 눈빛과 표정, 몸짓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서로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감정을 공감하는 분들도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살다 보면 좋은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죠. 놀라운 점은 우리의 감정을 반려견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평소보다 더 신나 보이고, 5분 정도 하던 터그 놀이도 더 오래 즐깁니다. 꼬리를 흔드는 텐션부터 다르죠.
그렇다면 우리가 지쳐 있거나 힘들어할 때는 어떨까요?
여러분 곁에 있는 반려견은 여러분이 속상할 때 어떤 눈빛을 보내나요? 제 반려견들은 제가 힘들어할 때 무해한 표정과 따뜻한 눈빛을 하며 조용히 품으로 파고들거나, 아무 말 없이 제 옆에 기대어 앉아 있었습니다. 첫 반려견 '앵두'는 참 시크한 친구였지만, 제가 울고 있을 때 다가와 눈물을 핥아주었죠. 과연 이 행동이 단순한 우연이었을까요?
우리는 반려견과 깊은 교감을 나누며 서로를 이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특히 목욕과 미용을 해주는 과정에서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죠.
한 강아지는 목욕할 때 적정 온도인 38~39도로 물을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몸을 털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바로 이 친구는 더 따뜻한 물을 선호하는 아이였습니다. 물 온도를 0.5도 정도 올려주자 편안하게 목욕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단, 너무 뜨거운 물은 피부에 저온 화상을 입힐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또 다른 강아지는 샤워기 물을 틀자 눈이 커지고 혀가 파래지면서 바들바들 떨었습니다.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지만, 목욕할 때만큼은 달랐죠. 고민 끝에 보호자와 상담을 해보니, 과거에 얼굴에 물이 잘못 뿌려졌던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샤워기를 바꾸고, 물 온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접근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자,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강아지는 마음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샤워기 물이 얼굴로 오면 볼을 살짝 옆으로 내밀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작은 친구들로부터 우리는 따뜻한 배려와 교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말로 하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반려견과 우리는 언어적·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갑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교감할 수 있습니다. 반려견을 키우는 여러분도 이 특별한 감정을 느껴보셨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