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학력고사를 치뤘던 그 날.
나는 정말 눈이 퉁퉁- 붓도록, 울고 또 울었다.
2교시에, 제일 자신 있었던 수학 시험을
완전히 망쳐 버렸기 때문이었는데..
심지어, 내가 전혀 풀 수도 없는 문제가 출제
되었다는 사실이.. 너무 큰 충격이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하게-
불합격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던 나는,
조심스레- 엄마에게 재수를 하겠다고
통보를 하고, 마음을 비우고 있었는데..
다행히, 뉴스에서..
이번 수학 시험이 너무 어려웠다고,
수험생들이 전부 멘붕에 빠졌다고 했고-
학교에서도, 다들 처참한(?!) 수학 점수에
좌절하는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나중에 보니, 그나마 내 점수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편. 이었던 것 같다;;;)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약간의 기대와 희망의 끈도 놓을 수는 없었는데..
그렇게, 길고 긴- 불안의 시간이 흐르고..
드디어 합격자 발표날이 왔다!!!
그 때 그 시절. 합격자 정식 발표는,
시험을 봤던 대학의 운동장에 학과 별로-
전체 합격자 명단이 벽보로 나붙는 형식이었고..
정확히 발표날이 되는 밤 12시부터,
전화로.. 합격 여부를 확인할 수도 있었다.
당연히, 나는.. 초조하게 떨리는 마음으로,
밤 12시 정각부터 전화를 걸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전화를 걸어댔는지.. 계속 통화 중... ㅠㅠ
옆에서 같이 기다리다가 지쳐버린 부모님은,
그냥 아침에 확인하자며.. 잠자리에 드셨으나-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나는..
계속 전화기만 붙든 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는데..
정확히 새벽 4시 정도 되었을 때!
너무나도 극적으로!! 통화가 이루어졌고..
합격! 이란 안내 멘트를 듣자마자.. 꺄아아악~~~!!!
내 비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깬 부모님께, 합격 사실을 알렸더니..
갑자기 엄마가 꺼이꺼이~ 대성통곡을 하셨다.
돌파리 같은 점쟁이, 죽여 버리겠다! 하시면서~ ㅋ
사연을 들어보니..
평소에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여서,
점 같은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수험생 딸 때문에 너무나도 불안했던 엄마는,
하도 궁금해서.. 불교신자인 막내 이모를 따라-
처음으로 점을 보러 갔었는데..
딸래미가 올해는 뭘 해도 안 되고,
대학도 절대 합격을 할 수 없으니..
그냥 재수 시키라고. 그럼 내년에는 괜찮다고.
점쟁이가 말했단다.
그런데 마침.
내가 시험을 망쳤다고, 울고불고 하길래-
내심은, 그 점쟁이가 참 용하다. 생각하면서..
아무한테도 말은 못하고,
엄마 혼자서만 끙끙- 거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괜히 점을 봐가지고.. 속 끓였던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는 말도 덧붙이시며.. ㅋㅋㅋ
아무튼, 엄마와 나는 그렇게-
아침이 될 때까지 서로를 부둥켜 안은 채..
한참을 같이 울었던 것 같다. ㅎㅎㅎ
그런데, 뭐든.. 좋기만 한 일도 없다.
이 날의 대학 합격이-
내가 부모님께 했던, 마지막 효도(?!)가 되었고..
이후로는, 속을 썩이는 일. 밖에 없게 되었으니..
그 이야기는, 앞으로 하나씩.. 자백하겠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