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늦가을.
여러모로 파란만장(?!) 했던 여고시절을 마감하며,
예비고사 평균 성적을 기준으로, 진학하게 될-
대학의 입시 서류를 작성해야 하는 때가 왔다.
그 때, 내가 제일 가고 싶었던 대학은
연세대나 서강대의 신문방송학과였는데..
담임선생님은 그 두 곳 모두,
원서를 절대 못써주겠다는 거다. ㅠㅠ
말하자면, "안정권"이 아니었다는 건데-
신생 여고에, 1회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률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생각하고 있던 선생님들은..
원래 학력고사가 시험 점수 320점에,
체력장 점수 20점을 더하여, 340점 만점.
이 기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력장 점수 20점은 아예 없는 점수로 빼버리고,
오직! 예비고사 시험 점수인 320점만을 기준으로..
"안정권"에 들어갈 수 있는 대학에만
원서를 써 주고, 지원할 수 있게 해줬는데..
그 기준에 따르면, 내가 원하는 대학은
절대. 안정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사 떨어지더라도 내가 떨어지는 거니까,
그냥 지원을 하게 해달라고.. 서류만 써 달라고..
아무리 우겨 봐도, 선생님은 꿈쩍도 하지 않았고-
어쩔 수 없던 나는, 눈물을 머금고-
그 다음으로 가고 싶었던,
중앙대 광고홍보학과를 선택했는데..
(그때, 광고홍보학과가 거의 처음으로
생기다시피 했고.. 전국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유일한 학과" 라는 게!
나한테는 굉장한 매력으로 느껴졌던 것 같다.)
에효.. 이번에는,
우리 부모님이 결사 반대를... ㅠㅠ
연대나 이대를 은근히 바랬던 부모님 입장에서는,
중앙대에, 그것도 서울이 아닌 안성 캠퍼스라니-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는 것 이었다.
그래도, 부모님은 좀 만만했던지-
나는, 단식 투쟁! 까지 감행하며..
부모님과 힘겨루기를 한창 하고 있었는데..
바. 로. 그. 때.. 쨔잔~!!!
나의 첫사랑, 그 분이 등장하시어..
내 생각과 하소연을 가만히 들어주시더니,
무심한 듯.. 딱 한마디! 를 던지셨는데..
“그래도, 오빠는 니가 이대 갔으면 좋겠어.”
번쩍!!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 길로 나는 학교로 가서, 선생님께..
이대에서 내가 "안정권"으로 갈 수 있는,
학과가 뭐가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고-
그 중에서..
(마케팅이나 PR, 광고론 등의 수업에 낚여^^)
가장 광고홍보학과와 유사(?!) 하다고 느껴졌던,
경영학과에 지원하게 되었다. ㅋ
그 때 당시에 내 삶의 목적은,
온전히 그 분께 여자로 보이기 위함. 이었기에..
그 분이 우리 엄마랑 사전에 어떤 작전을 짰던,
뭐 그딴 것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고-
그냥 그렇게, 한 순간에.. 그 분의 말 한마디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어도.. 그저 좋기만 했다.
(솔직히 그 전까지, 이대는 절대 사절이었다.
여중, 여고에, 대학까지 여대라니..
너무 끔찍하다 싶었으니까;;
그런데도, 그 분의 한 마디에.. 바로 뇌가
마비되더니, 홀라당- 넘어가버렸다! ㅋㅋ)
오직, 그 분 앞에..
그 분이 원하는 당당한(!!) 이대생이 되어,
짜잔- 하고 나타나는..
그런 환상적인 꿈만 꾸었을 뿐. ㅎㅎㅎ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하고
멍청한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다시 돌아봐도.. 절대 후회는 없다.
어느 드라마의 대사처럼..
나에겐, 꿈만큼이나 사람도 소중했을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나를 바꾸는 결단.
그것도 꽤 폼 나고 괜찮은 일. 아니었을까...?! ^^